전국 초·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학교비정규직인 영어회화 전문강사들이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4년으로 늘리려는 정부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비정규직 4년 근무 후 전원 해고를 당한 경험을 가진 이들은 "비정규직 기간 연장이 정규직 전환을 촉진할 것이라는 정부 주장은 거짓"이라고 비난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본부장 이태의)는 22일 오전 서울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하고 있는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도입된 영어회화 전문강사는 시·도교육청 단위로 시험을 거쳐 채용된다. 4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2013년 4년에 다다른 영어회사 전문강사들은 대규모 해고사태에 직면했다.

그러자 교육부는 전원 해고 후 신규채용이라는 대책을 들고나왔다. 지금도 4년 이상 근무하려면 일단 해고된 뒤 신규채용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재고용되지 않은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전북의 한 초등학교 전문강사는 4년 근무 후 1년 연장을 해서 5년간 일했다. 하지만 교장은 올해 초 교원 투표를 거쳐 그를 해고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출산·육아휴직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서울의 한 중학교 영어회화 전문강사 A씨는 지난해 9월 출산 후 출산·육아휴직을 사용하려 학교에 신청을 했다.

하지만 올해 초 학교로부터 "휴직 대신 육아에 전념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재계약 불가 소식을 전해 들었다. 5년 동안 학교에서 아이를 가르쳤던 A씨는 이날 자신의 사연을 직접 쓴 대자보를 들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휴직기간 동안이라도 아이를 사랑으로 키워 보겠다는 것인데 비정규직 엄마라는 이유로 이마저 박탈당하고 있다"며 "학교라는 공공기관에서도 비정규직은 임신하고 아이를 키우는 게 보장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태의 본부장은 "공공부문 영어회화 전문강사가 4년 근무 후 전원 해고되는 상황을 보면 기간제 사용기한 연장이 정규직 전환을 촉진할 것이라는 정부의 이번 주장이 얼마나 거짓인지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어회화 전문강사 고용주체를 시·도교육감으로 전환하고 무기계약직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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