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협력업체들이 지난해 노조의 파업을 앞두고 노동위원회에 제기했던 필수유지업무 결정신청을 대부분 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희망연대노조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협력업체 62곳이 지난 13일을 전후해 필수유지업무 신청을 취하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를 필두로 대부분의 지노위가 지난해 말 조사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달 중 판정을 내릴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노위 판정 앞두고 돌연 취하

파업을 앞두고 우르르 신청하고, 판정이 내려지기 직전에 한꺼번에 신청을 취하한 통신대기업 협력업체들의 일사불란한 행동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SKB·LGU+ 협력업체들은 지난해 9월 중앙노동위원회에 협력업체를 공익사업장으로 분류할 것을 요구하고, 전국 7개 지노위에 필수유지업무 결정신청을 제기했다. 인터넷 장애 처리 등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업무 전반을 필수유지업무로 지정하라는 것이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공공의 일상생활이나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수도·전기사업 등을 공익사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중 업무가 정지되면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할 수 있고 대체하기 어려운 업무를 필수유지업무로 정하는데, 이 경우 쟁의권이 제한된다. 당시 협력업체 노조들은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촉구하는 파업을 예고하고, 중앙노동위에서 쟁의조정 절차를 밟고 있었다.

그런데 중노위는 통신사업이 공익사업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협력업체를 공익사업장으로 분류했고, 이로 인해 쟁의조정 기간이 연장되면서 노조는 파업에 차질을 빚었다.

이 문제를 두고 사측이 법을 이용해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을 침해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와 중노위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원·하청 관계 없이 법적 요건만 충족하면 필수공익사업으로 봐야 하며, 필수유지업무를 협력업체에 용역·도급을 줘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고 주장했다.

자료제출 못하고 결정 연기 요청

그럼에도 사측의 주장이 법적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는 계속해서 논란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노위는 지난해 10월29일과 11월26일 각각 SKB·LGU+ 사업장 각 1곳을 방문하고 같은해 12월까지 조정회의를 진행했다. 조정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공익위원들은 사측에 "업무가 정지될 경우 공공의 이익을 현저히 침해할 구체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측은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그해 12월 각 지노위에 결정 연기를 요청했다.

강민주 노무사(법무법인 여는)는 "공익위원들이 개별 협력업체의 업무에 대해 시민 전체가 아닌 장애가 발생한 일부 고객에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했고, 지난해 12월17일 열린 LG유플러스 관련 3차 조정회의에서는 사측더러 요건을 충족했는지 다시 생각해 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 노무사는 "노동위 결정을 앞두고 사용자가 사건을 취하한 것은 필수유지업무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결국 노조 무력화를 위해 신청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필수유지업무의 결정은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를 보장하는 범위에서 보다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교섭대리인 한국경총 관계자는 "파업으로 인한 영향이 노사 양측에 미치는 만큼 노동위원회 결정보다는 당사자들 간 협의를 통해 필수인원을 정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서 취하를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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