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서울서부지법 2014고합51 업무방해

사건의 경과

철도노조는 2013년12월9일부터 12월31일까지 수서발 KTX 문제가 포함된 2013년 임금교섭 및 현안교섭의 타결을 목적으로 파업을 했다. 이를 이유로 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을 비롯한 4명이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재정합의부를 구성해 약 10개월간 재판을 진행했으며 공교롭게도 1년 전에 피고인들을 체포하려고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노총 건물에 경찰병력을 진입시킨 날과 같은 날인 2014년 12월22일에 무죄를 선고했다. 현재 검찰은 즉각 이에 반발하며 항소를 제기했다.

판결의 요지

단순히 집단적인 노무제공 거부행위를 채무불이행에 불과한 것으로 이를 업무방해죄의 위력으로 볼 수 없고 파업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국제법규에도 위반된다는 주장을 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집단적인 노무제공 거부도 위력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고, 강제노동금지 법규는 국내비준이 이뤄지지 않았고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하면서 이를 배척했다.

수서 고속철도 자회사 설립 이사회 의결이 철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는 고도의 경영상의 판단사항으로 목적의 정당성 부분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업무방해죄에 대한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1)에 따라 이 사건 파업은 예측가능했고 이미 대비까지 한 사건이므로 전격성이 없어서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 사건 파업이 사용자에게 처분권이 없는 정부정책에 반대한 정치파업이고 절차하자가 존재하며 사업장의 특성상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않아 사용자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고 철도공사로서는 부당한 목적을 위해 이 사건 파업을 강행하리라고는 예측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판결은 파업 중에도 사업운영을 계속하려는 사용자가 근로자들의 파업에 대처해 사업운영의 계속에 필요한 대체근로를 준비할 기회나 시간적 여유를 가졌거나 사업운영을 계속할 수 있는 수단·방법이 강구될 수 있었다면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필수공익사업장은 쟁의권과 공익을 조화시키기 위해 필수유지업무제도가 있고 파업기간 중에도 사업과 관계없는 자도 대체근로할 수 있게 돼 있다. 예측가능성에 대한 인식 정도는 법률 전문가적 수준의 인식까지는 요구하지 않고 사회통념상 일반인으로서 가능한 인식이 기준이 되며, 사후적·평가적 판단이라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리고 수서발 KTX 법인 설립 문제가 노사 간 최대 현안이었고 철도노조는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온 사실, 노조 의결기구·위원장 담화문·홈페이지 공개자료 등을 통해 철도공사가 수서발 KTX 법인 설립 및 출자결의를 한다면 파업에 돌입할 것을 여러 차례 밝히고 파업 시기를 공개적으로 명확히 한 점, 단체교섭 과정에서 현안 요구사항으로 이 문제가 포함돼 있었고 조정안이나 찬반투표의 실질적인 내용에도 이러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었던 점, 필수유지업무에 대한 협의와 해당 인원을 사전에 통보하고 파업기간 중 정상적으로 유지된 점, 철도공사는 늘 노조의 동향을 파악해 왔고 파업을 인지하고 그에 따라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 비상대책을 마련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파업은 객관적으로 예측가능했고 이 사건 파업에 대한 대비가능성도 있었다고 보인다. 또한 피고인들은 파업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혀 왔고 필수유지인원을 통보한 후 공사가 비상수송대책을 세우는 것을 알고 있었던 피고인들로서는 철도공사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파업을 한다는 인식도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중대성에 대해서는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는 전격성으로 인한 것이어야 하므로 이 사건에서 전격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설사 검찰의 주장처럼 손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전격적으로 파업이 이뤄졌기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므로 중대성 역시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의 의미

결론적으로 보면 이 사건 판결은 현재 대법원이 파업 사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종전 입장을 충실히 따라서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대한 2011년 이전까지의 대법원 판례는 ‘파업은 언제나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주체·목적·절차·수단과 방법에서 정당성을 갖추고 있으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 처벌을 하지 않는 구조’였다. 그런데 2011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예외적으로만 파업(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이 위력에 해당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해 대법원 판례를 변경했다.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사용자의 내심(內心) 혹은 주관적인 기준, 예측하고 싶지 않은 희망에 의하는 것이 아니라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파업의 예측가능성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단지 사용자가 (무능해) 해당 파업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 위 요건을 충족할 수는 없다.

여기서 사용자가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전후 사정과 경위에 관한 객관적 사실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후 하급심 판결례나 문언상 의미를 토대로 생각해 보면 △단체교섭 사실과 의견불일치의 존재 △통상적인 파업 절차의 진행, 즉 조합원 찬반투표와 노동위원회 조정절차, 노조 내부의 각종 의결단위의 회의절차 △필수공익사업장의 경우에는 필수유지업무 대상자 통보 내지 협의절차 진행 △파업일시의 예고 등이 있다. 사용자라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예컨대 절차를 거치고 예고는 했지만, 실제 파업은 당장 들어가지 않는다는 노조의 별도 통보나 다른 결정의 존재라든지) 예측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나아가 사용자가 아예 예측했다고 볼 수 있는 전후 사정과 경위들이 있는데 △파업자제 호소 △노동조합이 정한 파업 일정을 파악해 보고 △파업에 대비한 각종 대책의 수립 내지 시행 사실(대체인력 준비·교육, 비상운영대책 수립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사정이 있다면 예측할 수 있었는지 여부를 따질 것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막대한 손해 내지 심대한 혼란은 전격성으로 인한 것이어야 한다. 단지 사업장의 특성이나 규모, 파업참가자 수 때문에 손해가 크다는 이유로 바로 중대성이 인정된다면 파업이 성공하면 유죄, 실패하면 무죄가 된다는 황당한 결론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 판결은 대체로 위와 같은 전원합의체 판결이 설시한 내용에 충실히 따른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대법원이 다시 후퇴해 전원합의체 판결을 변경하지 않는 한 이후 상급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돼야 할 판결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파업이란 것은 단순히 집단적으로 일손을 놓고, 즉 노무 제공을 거부하고 일터에서 나오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근로계약상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무불이행'일 뿐이다. 민사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국제노동기구(ILO) 제105호 '강제노동의 폐지에 관한 조약' 제1조d항은 파업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강제노동으로 보아 금지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의 '결사의 자유에 관한 글로벌 리포트'(Global Report, 2000)에 따르면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체포하고 구속하는 대표적인 노동권 침해 국가로 한국을 들고 있다. 당시 한국과 함께 열거된 국가들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국·콩고공화국·코트디부아르·엘살바도르·에티오피아·가봉·기니·기니비사우·인도네시아·레바논·모로코·나이지리아·파키스탄·파라과이·세네갈·스와질란드·수단 등이다. 그래도 개선이 없자 지난 2004년 글로벌 리포트에서 다시 '노동권에 대한 심각하고 급박한 침해가 있는 국가'로 분류돼 비난의 강도가 높아져 왔다. 이 사건 판결은 변경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에 충실히 따라서 무죄를 선고했지만, 변경된 대법원 판례 역시 파업행위를 범죄시하고 이를 형사처벌하는 것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각주
1)대법원 2011.3.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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