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내톨게이트사업소 요금수납원 박선희(49)씨는 원형탈모와 우울증·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박씨는 몸이 아픈 원인을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박씨는 "회사가 몰래카메라와 망원경으로 직원들을 감시하면서 매달 한우 등급 매기듯 고객서비스(CS)평가 등급을 매긴다"며 "쉴 시간은 물론 쉴 곳도 없고 화장실도 못 가 노상방뇨를 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같은 당 신기남 의원, 공공연맹 전국톨게이트노조와 전국민주연합노조 서울고속도로톨게이트지부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고속도로 간접고용 노동자 현장실태 증언대회'를 열었다.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전국 고속도로 톨게이트 영업소는 335개(수탁운영 23개 포함)로, 이곳에는 7천여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2009년 톨게이트 영업소를 외주화하면서 이들은 모두 간접고용 노동자가 됐다.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하지만, 1~2년 단위로 외주업체가 바뀔 때마다 새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날 대회에는 박선희씨를 비롯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과 고속도로 순찰원이 직접 참여해 외주업체 사장과 관리자들의 폭언, 자신들의 열악한 처우를 증언했다.

"전생에 죄가 많아 장애인 됐다" 막말

서울고속도로톨게이트지부는 서울고속도로가 운영하는 양주·별내 등 6개 톨게이트 영업소 직원들이 과도한 CS 평가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옥주 지부장은 "차가 톨게이트를 지나는 5~6초 동안 20여개의 항목을 수행해야 하며, 점수가 나쁘면 강사가 부스 안에서 직원을 직접 감시한다"며 "점수가 낮은 직원들은 임금이 40만~50만원 삭감되는 파트타이머직으로 강등되거나 벌로 화장실 청소를 시킨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노동강도도 극심해 한 달에 3~5차례는 하루 16시간을 일하는데 간이화장실조차 마련해 주지 않아 직원들은 요금소와 사무실 사이 통로 지하계단에서 용변을 해결한다"고 한숨 쉬었다.

4급 청각장애인이자 예산수덕사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이었던 정미선(45)씨는 업체 사장으로부터 "전생에 죄가 많아 장애인이 됐다"는 폭언을 듣고 일을 그만두려고 하자 "남자를 잘못 만나 속궁합이 나빠서 건강을 망쳤다"는 말까지 들었다. 정씨는 "예산수덕사톨게이트 직원 70%가 장애인"이라며 "사장이 장애인협회에서 나오는 지원금을 받고자 일부러 장애인을 많이 고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장은 장애인협회에서 지원된 물품을 자신이 가져다 쓰면서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더러 직접 뛰어서 하이패스 요금 미납자를 잡아 내라고 시키며 별별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이러한 사실을 언론에 밝혔다는 이유로 계약해지됐다.

폭언·폭행·장애인 장사, 간접고용 문제 심각

송미옥 전국톨게이트노조 위원장은 이런 문제가 간접고용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장은 "매년 외주업체가 바뀔 때마다 직원들은 해고되고, 고용불안을 빌미로 각종 관리자의 횡포가 만연하지만 도로공사는 전혀 감독하지도 제재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고용승계를 거부하거나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외주업체에 페널티를 줘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공사가 요금수납원을 직접고용해야 문제가 풀린다"고 주장했다.

전국톨게이트노조는 외주업체 변경 당시 해고된 조합원들의 복직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20일부터 경기도 하남시 한국도로공사 수도권본부 앞에서 농성 중이다. 서울톨게이트지부도 임단협 체결을 요구하며 지난해 10월27일부터 경기도 양주시 양주톨게이트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신 의원과 을지로위원회는 조만간 이들의 농성현장을 방문하는 등 고속도로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 의원은 "한국도로공사의 외주운영으로 인해 톨게이트 노동자들에 대한 폭언과 폭행, 장애인 고용장사 등 많은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톨게이트 수납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승소한 만큼 정부가 이들을 직접고용하도록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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