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시행 3년이 지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소수노조 차별로 위헌 논란을 불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동교섭대표단에서 조합원 10% 미만 노조를 배제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산업별 공동교섭 제도를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창구단일화 제도는 2011년 7월1일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과 함께 도입됐다.

노동법이론실무학회(공동회장 박종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주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복수노조 도입 이후 노사관계 및 노동법상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위헌 논란 불식하려면 제도 보완 필요”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시행 3년의 평가와 제도개선 방향’ 주제발표를 통해 “공동교섭대표단에 참가할 수 없는 전체 조합원 10% 미만 노조의 교섭권 침해에 대한 위헌 논란이 완전히 불식되지 않고 있다”며 “헌법상 노동 3권 보장 취지를 더욱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을 모색할 때”라고 주문했다. 그는 "전체 조합원 10% 미만 노조를 공동교섭대표단에서 배제하는 노조법 조항(제29조의2)을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산별 공동교섭단위 제도를 예외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노조법은 조직형태가 기업별노조든, 산별노조든 상관없이 개별 사업장 단위에서 무조건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다른 형태의 교섭구조에 대해 제도적 배려가 없으면 창구단일화 제도는 기업별 교섭을 사실상 조장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산별노조 등 초기업별 노조에 대해 사실상 기업별 교섭이라는 교섭구조를 강제하는 효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산별교섭에 대해 일정한 제도적 배려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교섭단위 분리제도를 차용하자"고 제안했다. 노조법은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와 고용형태·교섭관행 등을 고려해 노동위원회의 결정으로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사업장에서 교섭단위를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는 노조법의 예외인 셈이다. 이 교수는 "복수의 사용자를 포괄할 수 있는 공동교섭단위 제도를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산업에 공동교섭단위 제도를 인정하는 미국식 제도를 따를지, 건설업·항만운송·철도 등 일정한 산업에 대해서만 인정하는 캐나다식 제도를 따를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공정대표의무 위반 심각” 한목소리

공정대표의무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소수노조가 교섭권을 침해당하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교섭대표노조인 한진중공업노조가 소수노조인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를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배제하고 교섭경과와 합의내용을 공유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공정대표의무 위반사례로 꼽힌다.

이를 두고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영문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섭대표노조가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형해화할 정도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다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송강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수노조 보호를 위해 미국과 같이 비조합원을 포함해 교섭단위 내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공정대표의무제를 보완할 수 있다”며 “창구단일화 제도 자체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노동위원회가 공정대표의무 위반 사업장을 강력히 조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선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중대한 공정대표의무 위반행위가 있다면 노동위는 재교섭명령과 더불어 재교섭과정에서 성실한 의견수렴·교섭경과·교섭결과를 제공함으로써 소수노조와 협의·설명 절차를 이행하라는 시정명령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김기우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이형준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임무송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이 종합토론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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