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2015년 새해 벽두에도 노동자들에게 자비는 없었다. 정리해고가 통보된 노동자들은 어김없이 일자리를 잃었다.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을 가리지 않고 잘려 나갔다.

해고자로 맞은 새해, 생계 걱정으로 한 해 시작

용평리조트의 별장형 콘도인 버치힐서비스에서 객실 관리·보수를 담당하던 직원 125명은 1일부터 해고자 신세가 됐다. 용평리조트가 협력업체인 버치힐서비스와의 도급계약을 지난달 31일자로 해지했기 때문이다. 해고자들은 버치힐서비스 정규직으로 일했지만 사실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었다.

버치힐서비스가 올해 1월10일자로 폐업을 예고하자 손쓸 방법이 없었다. 지난해 5월부터 임금협상을 해 온 버치힐서비스노조(위원장 최완규)는 용평리조트와 버치힐서비스를 불법파견 혐의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영월출장소에 신고한 상태다. 노조는 용평리조트 임금인상률에 맞춰 임금을 올린 점과 용평리조트의 전현직 간부가 회사 대표이사를 맡은 점을 근거로 불법파견 의혹을 제기했다.

부산과 충남지역 시·군·구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방문건강관리사 195명도 지난달 31일 계약해지됐다. 해고된 간호사들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올해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자체들이 무기계약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방문건강관리사들을 구조조정한 것이다. 해고된 간호사들은 최소 3년에서 최대 8년까지 근무하면서 매년 근로계약을 갱신해 왔다.

방문건강관리사들이 가입해 있는 민주연합노조는 “일을 못하거나 인건비가 부족해서 잘리는 게 아니라 지자체가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기 위해서 자른 것”이라고 비난했다.

“젊음을 바쳐 일했건만 순식간에 해고”

청주시 위탁업체인 청주시노인전문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들도 일자리와 생계 걱정을 하며 새해를 시작했다. 병원은 만 60세가 넘은 조합원 10명을 정년을 이유로 해고했다. 노조는 정년연장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해 3월부터 농성을 하고 있다.

일진전기 반월공단노조(위원장 방운제)는 희망퇴직과 정리해고 통보를 받고 지난해 10월부터 농성을 벌였지만 결국 구조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희망퇴직자와 정리해고자 42명 중 6명만 전환배치를 기다리고 있다.

해고자들은 “부당해고”라고 입을 모았다. 일진전기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이용쇠 노조 부위원장은 “20대에 입사해 일진전기에서 젊음을 바쳤지만 실직자로 전락하는 데 두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며 “회사를 위해 수십년 일한 직원을 헌신짝처럼 팽겨칠 수 있냐”고 토로했다. 일진전기는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월공단 내 통신사업부를 통째로 정리했다. 일진전기는 일진그룹의 주력계열사로 지난해 8천77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현재 국회에는 해고요건을 엄격하게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다수 계류돼 있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가 노동시장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탕으로 정리해고를 쉽게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국회가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한 근기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사용자들의 무분별한 정리해고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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