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학습지노조 조합원들은 한솔교육 김아무개 교사의 부당해고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한솔교육 본사를 항의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강종숙 전 서울경기남부지역본부장 등 조합원 4명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력행위처벌법)상 집단·흉기 등 주거침입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대법원은 10월30일 “피고인들의 건조물 침입 및 업무방해 정도가 매우 폭력적이지 않고, 이들의 노력으로 학습지노조가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기도 했다”며 일부 혐의를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11월 중순께 강 전 본부장 등 조합원 4명이 서울서부지검으로부터 "DNA 채취 대상자"라며 출석요구를 받았다.

“당시 조합원 4명 중 2명은 학습지교사를 그만두고 결혼하거나 다른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흉악범도 아니고 재발 가능성도 없는데 DNA를 채취하겠다니요. 말이 됩니까.” 강 전 본부장은 29일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노동·시민단체도 반발하고 나섰다. 민변·천주교인권위원회 등 24개 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그동안 쌍용차 노동자·용산참사 유가족·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한국지엠 노동자들이 검찰로부터 DNA 채취 요구를 받았다”며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디엔에이법) 제정 당시부터 그 부당성과 인권침해를 주장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파업과 같은 단체행동권을 포함한 노동기본권을 행사하다 형사처벌을 받은 노동자는 디엔에이법에서 규율하는 강력범죄자가 아니다”며 “흉악범을 잡기 위해 만든 디엔에이법을 노동자를 모욕하고 노동운동을 억압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2010년부터 시행된 디엔에이법(제5조)은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등의 경우 DNA를 채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행규정은 아니다. 신훈민 변호사(진보네트워크센터)는 “2009년 디엔에에법 제정 당시 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은 ‘살인·강간·방화 등 강력사건이 크게 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기에 디엔에이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그런데도 노동자에게 DNA 채취를 요구하는 검찰의 태도를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디엔에이법상 DNA 채취 대상이 되기 때문에 출석요구를 보낸 것”이라며 “검찰이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행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협조를 구한 것”이라면서도 “계속 불응할 경우에는 영장을 발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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