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이효리 신드롬을 기억하시나요. 그가 입으면 완판이 되고, 그가 출연하면 매출이 두세 배 뛰는 현상 말입니다. 2003년 문화계 올해의 인물은 단연 이효리씨였습니다.

매일노동뉴스도 매년 올해의 인물을 선정합니다. 2001년부터 올해까지 14년째인데요. ‘이효리급’은 아니어도 노동현안을 둘러싼 역학관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사람이 올해의 인물에 뽑히죠.

지금까지 민주노총 위원장(6회), 고공농성 노동자(3회), 한국노총 위원장(2회), 진보정당 대표(1회), 국회 환경노동위원장(1회), 대통령(1회)이 올해의 인물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6회로 가장 많았는데요. 단병호 위원장은 2001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투쟁으로, 이수호 위원장은 2004~2005년 투쟁과 교섭 병행 논란으로, 이석행 위원장은 2007~2008년 현장대장정과 쇠고기 총파업으로 이슈메이커가 됐습니다. 김영훈 위원장은 2010년 ‘노동계 40대 기수론’으로 주목을 받았죠. 한데 2010년 이후 민주노총 위원장의 이름이 사라집니다. 사상 첫 임원직선제로 선출된 한상균 위원장 당선자의 분투를 기대해 봅니다.

한국노총 위원장은 2006년 이용득 위원장이 선정된 후 8년 만인 2014년에야 김동만 위원장이 올해의 인물 1위를 차지했는데요. 2006년은 비정규직법을 포함한 노사관계 로드맵, 2014년은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논의가 불붙은 시기입니다. 2009년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복수노조·전임자임금 협상을 주도해 올해의 인물이 됐죠.

진보정당 쇠퇴 흐름도 눈에 띕니다. 진보정당 출신 올해의 인물은 2002년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밖에 없습니다. 민주노동당은 같은해 6월 지방선거에서 정당득표율 8.1%를 기록해 제3당으로 뛰어올랐는데요.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2014년까지 순위권에서 이름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진보정치의 씨앗은 뿌렸는데, 키우고 거두지를 못한 셈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더욱 놀랍습니다. ‘나쁜 이미지’로 올해의 인물에 오른 유일한 인사이기 때문인데요. 그것도 임기 첫해에 말이죠.

고공농성 노동자는 2003년과 2011년, 2012년 올해의 인물에 뽑혔네요. 2003년 고 김주익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은 129일간 고공농성을 벌이던 크레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천문학적인 손배·가압류 문제를 세상에 알린 안타까운 사건이었죠.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2011년 1월 크레인에 올라 11월 노사합의를 확인하고서야 땅을 밟았습니다. 2012년 올해의 인물인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는 원청이 대법원 정규직 판결을 이행하지 않자 송전철탑에 올라 296일간 고공농성을 했습니다.

11년 전 이효리 신드롬의 주인공 이효리씨가 최근 쌍용차 티볼리 광고 무료출연 의사를 밝혔다가 거절을 당했는데요. 자신의 SNS에 “해고됐던 분들이 복직되면 티볼리 앞에서 비키니 입고 춤이라고 추고 싶다”는 글을 게재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효리씨가 2014년 올해의 인물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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