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다. 민주주의의 위기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9일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을 내렸다.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증거가 충분치 않은데도 사상 최초로 정당해산 결정을 내렸다. 권한도 없으면서 5명의 국회의원직까지 박탈했다. 진보정당의 해산은 또 다른 위기를 부른다. 결사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자발적·비자발적 사상검증을 강요하고 있다. 국민이 피와 땀으로 일군 민주주의가 타격당하고 있다.

<갈등사회의 도전과 미시민주주의의 시대>(사진·나남·1만8천원)의 저자 조대엽 고려대 교수(사회학과)는 현대사회를 ‘갈등사회’로 규정한다. 우리 사회는 더욱 그렇다.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갈등의 연속이다. 가깝게는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갈등이 있고 좀 더 들여다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가 있다.

우리 사회 갈등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저자는 갈등사회로의 전환을 추동하는 구조적 원천이 신자유주의 시장화가 만드는 공적 질서의 재편에 있다고 말한다. 과거 사회통합의 구심력은 국가를 중심축으로 하는 강력한 공공성 구조에 있었으나 신자유주의 시장화가 이를 재편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위축과 시장의 팽창이 국가·시장·시민사회 재구조화를 포함한 공공성의 재구성을 독촉하고, 이 과정에서 갈등은 필연적이다.

갈등사회가 부정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저자는 “갈등사회는 갈등의 일상화와 제도화를 통해 훨씬 더 진화된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사회”라고 일갈한다. 갈등사회에서 갈등의 조정과 소통, 사회통합은 대의제도에서 실질적 소통의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미시민주주의’를 실현함으로써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미숙하다. 87년 체제를 거쳐 민주적 제도와 절차를 갖췄는지는 모르겠지만 소통과 설득, 합의의 미시민주주의에서는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시민의 다양한 욕구가 분출하고 공공성의 재구성 과정에서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미시민주주의는 갈등사회를 관리하는 민주적 처방이다. 그렇다면 그는 노무현·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의 미시민주주의를 어떻게 평가할까. 저자는 “노무현 시대가 미시민주주의 확장을 도모한 시기였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갈등사회의 사회변동에 둔감할 뿐만 아니라 갈등관리에 무능하고 무관심한 정부”라고 말한다. 아니, 이명박 정권 이후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가 변화를 거부하고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고 우려한다.

저자는 특히 “갈등사회적 전환이 사회해체가 증가하는 광범한 지구적 조건으로 간주돼 국내 정치실패의 면죄부가 돼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진화한 민주주의와 시민의 삶이 함께하는 정치를 통해 갈등을 선순환시킬 수 있는데도, 오히려 역사 퇴행적 보수화 경로를 걷고 있는 지금의 정치행태가 더 심각한 정치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자가 경고한 대로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의 시계를 뒤로 돌리고 있다. 민주주의의 후퇴와 붕괴는 우리 사회를 더 큰 갈등의 도가니에 빠뜨릴 수 있다.

“미시민주주의는 작은 민주주의이지만 모든 이에게 열린 민주주의로 정치적 외연을 확장하는 정치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욕구와 갈등을 조정과 소통, 사회통합으로 전환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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