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과 연대단체 회원들이 성탄절인 25일 비정규직법·제도 전면 폐기를 요구하며 서울 서대문구 종근당 사옥 앞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인간적으로 살고 싶다”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온몸을 던진 호소는 크리스마스인 25일에도 계속됐다.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분회장 유흥희) 조합원들과 연대단체 회원들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서대문구 종근당 사옥 앞에서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해 오후 광화문 앞에서 행진을 마쳤다. 오체투지(五體投地)는 불교에서 행하는 큰절을 의미한다. 절을 할 때 양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신체의 다섯 곳이 땅에 닿는다.

지난 22일 시작된 기륭전자 조합원들의 오체투지 행진은 26일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마무리될 예정이다.

분회 조합원들은 고용이 불안정한 중소 제조업체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상징이다. 파견직 투입이 금지된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투입돼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이들은 2005년 7월 해고됐다. 생산직의 80% 이상을 파견직으로 채웠던 기륭전자는 파견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자 집단해고로 응수했다. 같은해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조합원들은 1천895일간의 공장점거 농성과 두 차례의 고공농성, 94일간의 단식농성, 해외 원정투쟁까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극한의 투쟁을 벌여 왔다.

하지만 복직의 희망은 눈앞에서 사라졌다. 기륭전자 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정치권이 가세한 끝에 2010년 11월 정규직으로의 복직합의가 이뤄졌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조합원들은 복직합의에 따라 지난해 5월 서울 신대방동 기륭전자 사무실로 출근했지만, 회사는 8개월이 넘도록 이들에게 업무를 주지 않았다. 회사는 임직원을 해고하고 자산을 처분한 뒤 야반도주를 감행했다. 텅 빈 회사에서 358일간 농성을 한 조합원들은 농성장을 정리하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유흥희 분회장은 “지난 10년 청춘을 바쳐 투쟁했지만 일자리도 월급도 없이 설움만 남았다”며 “최소한의 인간존엄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제도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유 분회장은 “정부는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업종 확대 등이 포함된 '비정규직 죽이기 대책'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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