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대에 재학 중인 김영(23)씨는 지난해 11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롯데호텔의 뷔페식 식당에서 일을 시작했다. 평일과 주말을 합쳐 5일 동안 평균 47시간을 일했다. 한식코너에서 일을 시작한 김씨는 한 달 만에 양식코너로 배치됐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일식코너를 거쳐 베이커리코너에서 근무했다. 잦은 업무장소 변경에 궁금증을 느낀 김씨는 롯데호텔 영업지원팀을 찾아 취업규칙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3일 후 김씨는 취업을 알선한 인력공급업체로부터 해고를 통보받았다. 롯데호텔이 김씨를 쓰지 않겠다고 인력업체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부당해고라고 항의했지만 롯데호텔은 "일일근로계약서를 매일 갱신해 왔다"며 "계약기간이 만료돼 근로계약이 종료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일일근로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주 40시간 이상 일하고 급여지급 방식이 일급제가 아니라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16일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중앙노동위는 지난 9일 김씨가 롯데호텔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 재심판정에서 “일단위로 기간을 정한 것은 형식에 불과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정했다. 중노위는 “(유선으로 해고를 통보한 것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해고의 절차적 정당성이 부인돼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중노위는 △김씨가 정규직원과 똑같이 주 2회를 쉬고 주 40시간 이상 근무한 점 △근무일마다 작성한 근로계약서를 모아 일주일에 한 번 제출한 점 △계약갱신 횟수가 84회 반복된 점을 들어 "일용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청년유니온과 김씨는 롯데호텔에 원직복직을 요구했다. 김씨는 송용덕 롯데호텔 사장에게 쓴 편지를 통해 “중노위가 부당해고 판정을 내린 만큼 다시 호텔로 돌아가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일하고 싶다”며 “롯데호텔은 중노위 판정을 인정하고 해고기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롯데호텔은 장기간 일할 주방보조를 구하는 공고를 냈고, 임금과 근무스케줄도 일주일마다 나와 장기간 일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었다”며 “5성급 호텔이 일용직 근로계약을 악용해 직원을 일회용품 쓰듯이 쓰고 내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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