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책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규직 과보호' 주장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면서 노동시장 구조개혁 논란에 뛰어들 태세다.

KDI는 올해 10월 열린 ‘경기 활성화 및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한 경제정책방향’ 세미나에서 금융업·서비스업 활성화와 함께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3대 경제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17일에는 노동시장 구조개혁만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연다.

특히 KDI는 10월 세미나에서 “대기업·공기업 정규직의 고용보호 수준 완화와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해결의 기본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로부터 한 달 보름여 후인 지난달 25일 최경환 부총리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해소하고 비정규직 차별을 개선해야 한다”며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외쳤다.

기획재정부 입장과 닮은 KDI 논리

10월 정책세미나에서는 유경준 KDI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이 노동 분야 발제를 맡아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가 노동 분야 토론자로 참여했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KDI 주최로 열리는 ‘노동시장 구조개혁, 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정책토론회에서는 지난 세미나 토론자였던 김태기 교수가 발제자로, 세미나 발제자였던 유경준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사회를 맡는다. 토론자로는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과 이동응 한국경총 전무·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부) 등 노사와 학계 인사가 참여한다.

발제자와 토론자가 바뀌기는 했지만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이야기될 내용은 KDI가 10월에 밝혔던 정책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유경준 수석이코노미스트가 당시 발표했던 노동시장 구조개선 정책방향은 기획재정부의 논리와 여러모로 닮았다.

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당시 세미나에서 “유노조 대기업 정규직과 무노조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임금에서 3배, 근속기간에서 6배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경직적인 부분은 불과 7% 정도에 불과한 유노조 정규직 대기업·공기업 부분인데, 이들이 단체협약으로 지나치게 과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유노조 대기업 정규직의 월평균임금은 392만원, 평균 근속기간은 13.4년이다. 반면 무노조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은 134만원, 근속은 2.3년이다.

유 수석은 또 정리해고 같은 집단해고보다는 개별해고에 초점을 맞추고 정규직 고용보호 수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정규직 개별해고에 대한 고용보호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3위로 높은 반면 집단해고(정리해고)는 4위로 상당히 낮았다”며 “일부 정규직의 과도한 고용보호를 완화하고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공기업 정규직의 개별해고 완화에 중점을 둔 기재부의 ‘중규직’ 발언도 이 같은 논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KDI 정책토론회, 노동시장 개편 논란에 영향 줄까

유 수석은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사회안전망을 확대해 비정규직 보호를 강화하고 정규직과의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용보험은 적용대상 1천544만명 중 389만명(25.2%), 국민연금은 가입대상 2천182만명 중 583만명(26.7%)이 해당 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사각지대에 있다”며 “사각지대를 해소해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수석은 이어 “비정규직 차별 비교대상을 동일업무에서 유사한 업무영역으로 확대해 차별금지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는 19일 노동시장 구조개혁 관련 노사정 합의를 시도한다. 기재부는 노동시장 구조개편 방안을 담은 2015년 경제정책운용방안을 조만간 내놓는다. KDI가 제시하는 논리가 노사정 합의와 정부 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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