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의 고용 유연화와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조건 개선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편작업이 내년 상반기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논의와 합의 절차를 거친 뒤 노동시장 개편을 추진하는 쪽으로 정부의 기류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정부 일방추진 ‘주춤’

14일 노사정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기획재정부가 주도적으로 논의를 이끌던 정규직 해고 유연화와 임금·인사체계 개편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작업이 노사정위 의제별위원회인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논의 결과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특위는 19일 전체회의를 연다. 이날 회의에서 기본합의 도출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기본합의에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통상임금·근로시간·정년연장 등 3대 현안 △사회안전망에 대한 원칙과 방향이 담긴다. 최종 합의를 위한 구체적인 일정도 제시된다.

기본합의는 곧 최종 합의로 달려가는 트랙에 노사정이 서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만약 특위가 기본합의를 도출하면 정부는 최종 합의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노사정위 고위관계자는 “19일 노사정이 합의를 못하면 할 수 없이 각개약진하는 것이고, 합의하면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리기로 (정부와 노사정위가)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사합의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기다리는 것이 의미 없다는 정부측 의견과 노사정 논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조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노동계가 정부의 정규직 과보호론과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의도에 강하게 반발한 것도 기류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노동계는 “노사정위 논의가 진행 중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정부가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사정위도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편과 관련해 연이어 구체적인 언급을 하자 불편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지난 10일 노동시장 구조개혁 토론회에서 “노사정 대표는 장외에서 개별정책을 분산적으로 언급함으로써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지 말라”고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19일 기본합의 여부가 변수

정부 태도가 바뀌면서 이달 중으로 발표될 예정인 내년 경제정책운용방향에서 노동시장 관련 내용이 상당 부분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위가 19일 기본합의에 도달하면 경제정책방향에는 합의문을 싣는 정도의 내용이 담길 공산이 크다.

노동부가 조만간 발표할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도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같은 민감한 내용이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부는 특위 논의를 고려해 종합대책 발표를 미뤄 왔다.

문제는 노사정이 19일 회의에서 실제 합의에 이를 수 있느냐다. 특위는 이달 10일 전체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를 한 데 이어 13일에도 전문가그룹 회의를 열어 기본합의 방향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문제나 노동시장 이동성 등 민감한 사안이 많은 만큼 선언적인 수준의 원칙만 합의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측은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조급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지금 당장 특위에서 구체적인 합의를 할 수는 없다”며 “모든 현안은 노사정 논의를 통해 해결한다는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특위는 기본합의와 최종 합의까지 이어지는 다단계 논의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선언적인 합의와 패키지딜의 중간 정도 수준에서 합의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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