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를 관리하는 주체인 조교사와 마필관리사 간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부산경마장에서 시작된 싸움이 제주경마장에서 전면전 양상으로 번졌다. 자칫 서울경마장 노사관계까지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교사·마필관리사 관련 재정·인사권을 갖고 있는 한국마사회가 "관계없는 일"이라며 나 몰라라 하는 동안 변종 간접고용이 확산되는 형국이다.

14일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위원장 박봉철)에 따르면 제주경마지부는 지난달 3일 조합원 97.9%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한 후 이날로 40일째 대치국면을 이어 가고 있다. 제주조교사협회와 제주지부가 2002년부터 12년 동안 진행해 온 대표단 집단교섭이 해체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마장은 서울·부산·제주에 있다. 서울경마장은 조교사협회가 마필관리사들을 집단 고용한다. 교섭방식도 노사 집단교섭이다.

반면 부산경마장은 조교사들이 마필관리사를 개별고용한다. 교섭도 개별적으로 진행한다.

제주경마장은 개별고용을 하면서 집단교섭을 해 왔다. 서울경마장과 부산경마장의 중간 형태다. 제주경마장조교사협회는 "집단교섭을 개별교섭으로 바꾸자"며 제주지부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대로 가면 단협은 내년 2월 해지된다.

박봉철 위원장은 “개별고용·개별교섭 구조인 부산경마장의 경우 노사갈등이 끊이지 않고 2011년에는 마필관리사 한 명이 자살할 정도로 고용환경이 열악하다”며 “제주경마장이 고용과 노사관계 모두 안정적인 서울경마장 방식이 아니라 부산 방식으로 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마사회의 변종 간접고용이 갈등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사회의 간접고용은 용역업체에 일을 맡기되,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재정·인사권이 분리된 삼성서비스센터나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고객서비스센터보다 상황이 심각하다.

마사회는 경마시행규정을 통해 마필관리사 고용승인권을 행사한다. 임금 역시 마사회가 지급하는 경마상금을 통해 결정된다. 결과적으로 마필관리사의 인사권과 임금결정권을 원청인 마사회가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사용자로 분류되는 조교사들도 마사회의 면허갱신 여부에 따라 고용 지속 여부가 결정된다. 수익은 마필관리사와 마찬가지로 마사회가 결정하는 경마상금에 따라 달라진다. 말이 수익이지 임금과 다르지 않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조교사도 완전 자영업자(사용주)라고 볼 수만은 없다”며 “수익성 위주의 경쟁체제를 강조하는 마사회 때문에 상대적 약자인 마필관리사와 조교사만 싸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사회 관계자는 “노와 사인 마필관리사와 조교사가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라며 “마사회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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