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기 민주노총 임원선거가 과반수 조합원의 참여로 성사됐다. 지난 10일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재적선거인 67만1천85명 가운데 37만5천161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잠정 투표율은 55.9%다. 4개 후보조 가운데 기호 2번 한상균, 기호 4번 전재환 후보조가 결선 투표에 올랐다. 결선 투표는 이달 17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선거는 사상 최초로 조합원 직선제로 치러졌다. 민주노총 직선제는 대통령·광역자치단체장·교육감 선거에 이어 네 번째로 규모가 크다. 전국 각지에서 투표가 실시됐다. 선거 기간 내내 조합원 참여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아 재선거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이런 우려는 불식됐다. 하지만 투표율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가까스로 과반수를 넘겼다. 최근 실시된 공직선거의 투표율과 유사하다. 올해 6월4일에 치러진 지방선거 투표율은 56.8%였다. 2012년 4월에 실시된 19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율은 54.2%였다. 민주노총 직선제 투표율은 공직선거 투표율에 근접한 결과가 나온 셈이다.

반면 대통령 선거 투표율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2012년 12월 19일에 치러진 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75.8%였다. 87년 직선제 선거가 실시된 이래 13~15대 대통령 선거 전국 투표율은 80% 이상 기록했다가 17대 선거에서 63.0%로 떨어졌다.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율은 반등한 셈이다. 이에 비해 민주노총 직선제 투표율은 낮은 것이다. 민주노총 직선제는 투표권자 규모나 전국 선거방식을 고려할 때 대통령 선거에 버금간다고 평가한다. 대통령 선거에 비해 낮은 민주노총 직선제 투표율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선, 투표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나타났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현장투표·우편·ARS 투표 방식으로 투표율을 높이려 했지만 기대만큼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투표방식 다양화와 조합원의 참여가 비례하지 않았다. 물론 최초로 치러진 직선제이기에 시행착오로 여길 수도 있다. 민주노총 직선제는 선거 재정과 투표 홍보에서 여러모로 어려운 여건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의 경우 신문·방송·인터넷 매체의 집중적인 보도와 홍보, 선거관리위원회의 체계적인 관리시스템, 시민사회단체의 선거참여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된다. 민주노총 직선제는 이를 기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산업별노조나 사업장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 대공장노조 임원선거의 경우 70% 이상 투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노총 직선제와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전국교직원노조(80.35%)와 공공운수노조(65.1%) 직선제 투표율은 민주노총 직선제 투표율보다 높았다. 마냥 부족한 선거 홍보와 관리 여건만 따질 계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선거의 흥행을 좌우하는 것은 후보들이다. 민주노총 직선제는 4개 후보조가 출마할 정도로 경쟁이 뜨거웠다. 그런데 투표율만 보더라도 조합원 관심을 모으는 데는 실패했다. 후보조들이 약속한 공약과 정책이 조합원에게 다가가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폭발적인 선거참여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평이다. 후보조들의 선거방식이 과거의 관성에 머물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의원 간선제와 달리 조합원 직선제에선 조합원 눈높이에 맞는 참신한 선거방식이 전개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

공직선거 가운데 세 번째 규모인 교육감 선거의 경우 지난 2010년 처음 치러진 이래 12~30%의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보수진영에선 교육감 선거의 낮은 투표율을 빌미로 '선거폐지론'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직선제 결선투표는 과반수 투표율을 기록하지 않더라도 유효하다. 다득표자를 임원으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그렇다하더라도 1차 투표에 비해 결선 투표율이 낮으면 직선제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될 수도 있다. 조합원 다수의 참여로 선출하는 대중적 지도부라는 의미 또한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한다면 결선 투표에 오른 두 후보조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중앙선관위는 조합원 투표율을 높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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