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어린이병동에서 청소일을 하는 최아무개(60)씨는 지난 1일 환갑을 맞았다. 그러나 주위의 축하를 받아야 할 이날 최씨는 청소용역회사로부터 "촉탁직 계약서를 쓰든지 아니면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 최씨와 회사가 올해 체결한 근로계약서에는 근로계약이 내년 3월31일까지로 돼 있었지만 회사는 막무가내였다. 최씨는 "나이가 많으니 일을 그만두라는 것도 아니고, 촉탁직 전환을 요구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2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민들레분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청소용역을 체결한 태원비엠씨는 지난달 27일 최씨 등 2명에게 촉탁직 전환을 요구했다. 촉탁직 전환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분회는 올해 4월 어린이병동 새 용역업체로 태원비엠씨가 결정된 뒤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해 왔다. <본지 10월7일자 5면 '청소용역업체 쟁의행위금지·사생활 침해 요구 물의' 참조>

그러다 최근 임금협약만 합의하고 단체교섭은 계속 진행 중이다. 단체교섭의 최대 쟁점은 정년문제다. 분회는 앞선 용역업체와는 정년을 63세로 정하는 단협을 체결했었다. 태원비엠씨에도 이에 준하는 정년을 요구하고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사건은 최근 체결한 근로계약서에 정년을 60세로 정하는 문구가 포함되면서 시작됐다. 태원비엠씨는 근로계약을 근거로 최씨 등 2명에게 촉탁직 전환을 요구했다. 분회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민들레분회 관계자는 "임단협 교섭에 난항을 겪던 중 부득이하게 임금협상을 먼저 타결했고 정년 60세는 형식적인 문구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협에서 정년문제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근로계약서상 정년 문구는 소홀히 생각했는데 회사가 이렇게 뒤통수를 칠지는 몰랐다"고 설명했다. 결국 촉탁직 요구를 받은 청소노동자 2명 중 한 명은 일을 그만뒀다. 최씨는 일을 계속하면서 해고철회 싸움을 이어 가기로 했다.

분회는 이날부터 점심시간 집회를 개최하는 등 최씨에 대한 해고철회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와 함께 서울대병원측에 태원비엠씨와의 계약을 해지할 것을 요구하는 싸움도 준비하고 있다. 민들레분회 관계자는 “태원비엠씨의 촉탁직 전환 요구는 단협교섭 중인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속셈”이라며 “60세를 눈앞에 둔 노동자들이 많은 만큼 고용안정을 위해 함께 싸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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