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한달 120만원으로 어떻게 생활이 되겠나.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친척집에 가 있거나 반지하 원룸에서 3명이 자취하고 있다."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BNP파리바손보) 콜센터 상담사인 권영선(43)씨는 지난 6월부터 동료 두 명과 서울 신림동 반지하 원룸에서 살고 있다. 보증금 400만원에 월 30만원을 내야 한다. 관리비 포함해 월 임대료로 세 명이 15만원씩 부담하고 있지만 한달 월급 120만원에 월세내기가 만만치 않다. 권씨처럼 서울에서 월세를 얻은 이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동료들 중에는 강남 본사 근처 찜질방을 전전하거나 경기도 평택의 친척집에 신세를 지는 경우도 있다. 매일 왕복 4시간 거리인 서울과 대전을 고속버스로 출·퇴근하는 이도 있다. 권씨는 "사는 게 너무 고되고 힘들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앞에서 BNP파리바손보 콜센터 여성상담사들의 절절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들은 여성가족부에 "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사무금융노조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지부(지부장 안규환)에 따르면 8명의 상담사들은 다음다이렉트 시절인 2006년 무기계약직으로 대전 콜센터에 입사했다. 2007년 다음다이렉트가 에르고다음다이렉트로 바뀐 뒤에도 기본급 120만원에 상담콜 수에 따른 상담수당 60여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에르고다음에서 악사(AXA)그룹으로, 악사에서 BNP파리바로 재매각되는 과정에서 올해 6월 대전 콜센터가 폐쇄됐다. 매수자인 BNP파리바가 콜센터 폐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여는 대폭 삭감됐다. 그나마 일이라도 하려면 서울 본사에 마련된 콜센터로 출근해야 했다. 이 때부터 출·퇴근 전쟁과 생활고가 시작됐다.

사실 상담사들의 임금이 대폭 삭감되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였다. 앞서 악사는 에르고다음을 인수한 뒤 자동차보험 영업을 전면 중단했다. 만기가 되는 계약은 악사다이렉트로 전환시켰다. 안규환 지부장은 "악사가 에르고다음이 보유한 고객정보를 빼가고 껍데기만 남은 에르고다음을 BNP파리바로 재매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보험 영업이 중단되면서 상담콜 수도 당연히 줄어 들었다. 올해 1월부터 기본급밖에 받지 못했다. 그나마 재매각 전까지 악사가 월 60만원씩 급여보전을 해줬지만 새 주주가 된 BNP파리바는 "실적이 없으니 수당을 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상담사들은 "한 달에 50만원이라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 지부장은 "BNP파리바는 여성노동자들을 모두 원거리로 발령 내 일과 가정을 함께 꾸릴 수 없도록 고통을 주고 임금마저 깎아 가정경제를 파탄으로 내몰고 있다"며 "BNP파리바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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