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무기한으로 진행된 현대중공업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적법이냐 불법이냐를 떠나 노조법 입법취지에 비춰 보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노조(위원장 정병모)가 27일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하자 노동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협조적인 노사관계를 이끌어 온 세계 1등 조선기업인 현대중 노사가 올해 교섭도 슬기롭게 합의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의 이날 발언은 현대중 노사가 쟁의행위 찬반투표의 적법성을 두고 의견을 달리하는 가운데 나왔다. 당초 노조는 올해 9월23일부터 나흘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일 계획이었지만, 회사측 관리자들이 투표소 주변을 지키고 있거나 조합원들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종용한 정황이 잇따라 발견되자 투표 마감시한을 연장했다. 회사측이 조합원 성향을 A·B·C로 분류하고, 조합원의 동향이나 발언을 파악해 회사에 전하는 일종의 프락치(OL 요원)를 별도로 관리해 왔음을 보여 주는 보고서도 발견됐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행위 역시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다.

그럼에도 이 장관은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 논란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채 노조가 쟁의행위 찬반투표 기한을 연장한 것만 문제 삼았다. 회사측은 최근 “노조의 찬반투표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울산지법에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노사 문제를 대하는 노동부의 균형추가 심각하게 기울어져 있음을 보여 준다.

한편 현대중 노사는 이날 오후 진행된 교섭에서 의견 조율에 나섰다. 임금인상 폭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이 커 진통이 예상된다. 게다가 회사측이 최근 실적부진을 이유로 생산직 대상 성과연봉제 도입계획을 내놓으면서 노사갈등이 증폭된 상태다. 노조는 27일 오후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노조사무실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갖고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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