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해 연말께 발표할 예정인 정부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영향으로 기업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해고요건을 풀어 기업의 불만을 줄여 주겠다는 취지다. 노동자들의 고용문제를 정책적 거래대상으로 삼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기획재정부는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12월에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고용의 유연성까지 균형을 잡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해고의 절차적 요건을 합리화하는 내용이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그런 취지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당위적인 내용이 대책에 포함될 텐데 이는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기업의) 이익의 균형을 어디서 잡을 것인지 고민 중이고, 고용노동부와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노사정 합의가 필요한 내용”이라며 “검토 중인 내용이 그대로 확정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다.

기재부의 이같은 상황 판단과 별개로, 정리해고 요건 완화는 노사정 대화를 뿌리째 흔들 수 있는 핵폭탄급 사안이다. 98년 노사정위가 정리해고 법제화 합의를 하자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탈퇴와 사회적 대화 중단을 선언한 전례도 있다. 정부가 정리해고 요건 완화라는 카드를 꺼내 드는 순간 최악의 노정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라는 법적 해고요건이 무용지물이 됐고, 심지어 미래 경영상의 위기를 이유로 해고할 수 있는 마당에 여기서 더 해고요건을 완화하겠다는 기업과 정부의 탐욕이 놀라울 따름”이라며 “연말 노사정 대격돌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사정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도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대법원이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며 노동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판결을 내리더니, 이번에는 정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정리해고 요건 완화 방침을 들고나왔다”며 “기재부의 방침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한국노총은 전 조직적 역량을 걸고 정권 퇴진투쟁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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