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 서울역광장에 일손을 멈춘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서비스기사들이 모였다. 장비와 사다리 대신 다같이 '진짜 사장 나와라'고 적힌 빨간 몸벽보를 맞춰 입은 기사들의 얼굴은 밝았다. 각각 파업 2일차와 3일차를 맞은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가 함께 연 '양대 통신사 공동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 자리였다. 지난달 경고파업 이후 다시 한자리에 모인 1천500여명의 조합원들은 문화공연과 발언을 보고 들으며 함께 힘을 북돋았다.
"일감 뺏기 없이 제대로 일하고 싶어"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부천지회가 먼저 팝송 '렛잇비'를 개사한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밥 못 먹고 야간작업할 땐 우리 직원 최고라더니 노조 가입하니 프리랜서래~"
참가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쳤다. 부천지회 조합원인 윤인선(35)씨는 "시민들도 이 노래를 듣고 우리가 왜 파업했는지 알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천서비스센터는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하며 올해 10월 경고파업 직후 기사들에게 업무를 배정하는 스케줄러 장비와 담당 직원들을 어디론가 옮겼다. 그 후 조합원들에게는 장비 교체업무 등 단가가 1천500원에서 2천원 정도의 일만 할당하고 있다. 그것도 저녁 6시 이후에 배정해 조합원들은 하루종일 일 없이 대기만 하면서 늦게 퇴근하기 일쑤였다. 20일에 나온 씨의 10월 급여명세서에는 44만원이 찍혔다. 윤씨는 "대기업을 상대로 한 싸움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짧고 굵게 싸워서 앞으로 이런 일 없이 제대로 일하고 싶다는 것이 저와 동료들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통신노동자들이 단결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두 지부는 서로를 향해 쓴 편지를 읽었다. 정범채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부지부장은 "전봇대에 매달린 채 죽어 가던 동료 형님과 갈 때마다 겁나던 고객집 옥상의 맹견…. 이런 모든 일의 원흉인 원청 앞에서 마음껏 투쟁구호를 외치는 지금이 통신밥 먹고산 10년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LG가 만든 보라돌이 투쟁단을 보고 우리도 불꽃투쟁단을 만들고, 우리 선전물을 보고 LG도 선전물을 만들었던 것처럼 서로에게 배우며 단결하자"며 "자본은 경쟁하지만 우리는 운명공동체"라고 강조했다.
정종문 지부 연대팀장은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아픔을 겪으며 똑같은 날 노조를 결성한 우리는 가족"이라며 "같이 멋지게 싸워서 노동자의 권리를 찾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결의대회를 마무리한 뒤 각자 중구 SKT타워와 중구 LG사옥 앞까지 행진해 개별집회를 이어 갔다.
지부는 24일부터 전체 조합원을 서울로 집결시켜 SK브로드밴드 본사와 SK그룹을 규탄하는 집중행동을 벌인다.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는 권역·지역별 투쟁에 나선다.
김진억 노조 나눔연대사업국장은 "교섭창구를 열어 두긴 했지만 진전된 안이 없는 형식적 교섭은 할 수 없다"며 "단계적으로 공세 수위를 높여 가며 사측을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경쟁해도 노동자는 운명공동체"
파업 돌입 통신비정규직 공동결의대회 열어 … "똑같이 아픈 가운데 노조 결성한 가족"
- 기자명 윤성희
- 입력 2014.11.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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