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누리당과 공노총이 공무원연금 관련 실무위원회를 꾸리기로 합의한 뒤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가 내홍에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을 사실상 국민연금화하는 내용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연내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와중이어서 공투본의 분열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공무원 노동계에 따르면 공노총은 24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공투본 탈퇴 여부를 논의한다.

공노총, 김무성 대표 단독면담 뒤 내부 분란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누리당은 이날 열린 공투본과의 면담이 30여분 만에 파행되자 공노총에 별도의 간담회 개최 의사를 타진했다. 공노총은 17일 공노총 회의실에서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와 연금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 참석 여부를 두고 격론이 오갔지만 다음날인 18일 공노총은 김무성 대표와 국회에서 회동했다.

이날 자리에서 공노총은 여·야·정과 공노총·경제학자·복지학자 등이 참여하는 6자 토론회를 제안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김 대표의 제안에 따라 '공무원연금 및 처우개선 관련 제도개선을 위한 당·정·노 실무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새누리당과의 면담에 반대했던 오성택 행정부공무원노조 위원장은 회동이 있던 날 공노총 연금위원회 위원장과 공투본 공동집행위원장 자리에서 사퇴했다. 이날 공투본 회의에 참석한 오 위원장은 "공노총과 새누리당 면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노총의 독자 행보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공노총과 새누리당은 20일 실무위원회 사전회의를 열었다. 매주 1회 전체회의를 열고, 주 2~3회 임시회의를 개최하는 운영방안에 합의했다. 28일에는 정부·여당과 공노총이 각각 4명씩 참여하는 실무위원회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실무위 활용하는 새누리당

공노총과 새누리당이 대화를 시작한 것에 대해 공투본 참여단체는 물론 공노총 내부에서도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20일 성명에서 "김무성 대표가 공노총과 면담을 한 것은 공투본의 연대를 흔들기 위한 꼼수"라고 반발했다.

공노총도 산하 일부 노조·지부들이 공노총 탈퇴를 거론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실무위 구성으로 새누리당에게 공무원연금법 개정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새누리당은 실무위 구성 이후 공무원연금과 관련한 이해당사자와 대화를 시작했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청 면담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연내처리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노총이 참여하는 당·정·노 실무위가 28일부터 활동을 개시한다"며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27일 열리는 공투본 대표자회의는 연대체의 운명을 결정할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혼란이 수습될지, 아니면 걷잡을 수 없게 악화될지 결론이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은 실무위 첫 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날이다. 공투본 관계자는 "이날 대표자회의에서 새누리당과의 실무위 운영 여부에 대한 공노총의 최종 입장을 듣기로 했다"며 "계속 실무위원회를 꾸리겠다고 하면 제명이 거론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공노총 관계자는 실무위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공투본에 참여하는 사학연금제도 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 관계자는 "공노총의 입장이 잘 정리돼 공투본과 함께했으면 좋겠다"며 "큰 싸움을 앞두고 내부에서 갈라지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양대 노총과 공투본은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적연금 개편을 논의할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촉구한다. 민주노총과 새정치민주연합 공적연금강화TF·참여연대는 25일과 26일 국회에서 노후소득보장 국가책임강화를 위한 국제심포지엄을 연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27일 합동집회를 개최한다. 공적연금 개편을 두고 야당과 노동·시민·사회단체의 행동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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