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국노총 2014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투쟁결의문을 낭독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 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근로기준법 개악 저지', '공적연금 개악 저지' 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노동자의 주머니를 채우는, 진짜 소득주도 경제성장 전략으로 경제정책을 전환하십시오. 근로기준법 개악안은 즉각 폐기하고 공무원연금 개편은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해야 합니다. 노조를 경제주체로 인정하고 노동자·서민을 위한 국정운영을 한다면 한국노총은 대화와 소통을 통한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리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박근혜 정권은 100만 조합원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입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22일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한국노총은 마지막 기대를 담아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촉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동계를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소통한다면 적극 협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김 위원장은 “2기 경제내각의 소득주도 성장전략은 부채주도 성장전략일 뿐”이라며 “노동자·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새누리당 규탄 목소리 높아

한국노총이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개최한 2014년 전국노동자대회에는 조합원 3만여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악 저지 △노동시간단축 △노동기본권 쟁취 △공공부문 노동탄압 분쇄 △관치금융 철폐 △공적연금 개악 저지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외쳤다.

규탄의 목소리는 정부와 새누리당에 집중됐다. 김동만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일은 더 시키고 임금은 덜 주겠다는 자본의 의도를 그대로 반영한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지난달 발의했다”며 “근기법 개악안은 노동자를 이윤창출의 도구로 삼고 경제살리기의 희생양으로 바라보는 친자본적 집권여당의 반노동 폭거”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최근 정부가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개선은커녕 고용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려고 시도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지 44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노동이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한국노총은 노동이 존중되고 정의가 실현되는 새로운 노동시장 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은 연단에 올라 “분열과 갈등, 거짓이 판치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한국노총이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을 위해 내걸었던 경제민주화와 무상보육 같은 공약을 모두 내팽개쳤다”며 “대통령은 세월호 유가족에게 ‘언제든지 필요하면 찾아오라’고 했지만 정작 꼭 필요할 때에는 만나 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소통과 화합을 원하지만 노동을 탄압하고 사회적 약자를 돌보지 않으면서 사회양극화만을 심화시키는 정권과는 싸울 수밖에 없다”며 “새누리당과 정부가 변하지 않는다면 한국노총은 물론이고 역사가 그들을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준희 울산본부 의장 역시 “정부와 재벌은 여전히 노동자를 경제발전의 도구로, 희생양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근기법 개악안을 내놓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 명예퇴직 일상화 지침을 내린 한국경총도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이 의장은 “전국노동자대회를 기점으로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연대 나선 대학생들 “미래 위해 함께하겠다”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에는 대학생들도 함께했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의장인 장민규 전남대 총학생회장은 “대학생들이 노동자의 삶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바늘구멍만 한 취업문과 높은 등록금이라는 현실을 통해 부모 세대들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다”며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대학생들도 한국노총 조합원들과 연대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장 의장과 한대련 소속 대학생들은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농성을 이어 나가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대회에 정치인을 공식 초청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생으로 최저임금 현실화에 누구보다 관심이 있고, 미래 노동자인 대학생들에게 연대를 요청했다. 다만 한국노총 출신인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과 같은 당 김기준 의원이 개인 자격으로 집회에 모습을 나타냈다.

대회 참가자들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집권 2년차인 무능한 정부와 집권여당이 반노동·반민중 정책을 펴면서 창조적 파괴행위를 일삼고 있다”며 “한국노총은 한국노동운동과 사회변혁운동의 중심축으로서 반노동정책과 노동탄압을 분쇄하기 위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이를 위해 △새누리당 근기법 개악 저지와 노동탄압 분쇄 △사회공공성 쟁취와 관치금융·낙하산 척결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확보와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결의했다.

한편 이날 대회에서는 노동계 통합을 염원했던 고 이소선 어머니의 뜻을 이어받은 이소선합창단이 문화공연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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