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배
보건의료노조 교선실장

미국과 유럽에서 에볼라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볼라는 1976년 콩고의 서부지역 에볼라강 근처에서 처음 발병해 에볼라(검은강)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에 따르면 이달 14일 현재 세계 8개국에서 1만4천413명이 감염됐다. 이 중 5천177명이 사망했다. 국가별로는 라이베리아에서 6천879명이 감염돼 2천812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에라리온은 5천586명이 감염돼 1천187명이 숨졌다. 기니에서는 1천919명이 감염돼 1천166명이 사망했다.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이들 세 나라가 전체 발병률의 99%를 차지한다. 나머지 5개국의 경우는 나이지리아 20건을 포함해 30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언론은 수천명이 사망하고 있는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소식보다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전파되는지 여부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전 세계 150개 국가 공공부문 및 보건의료부문 조합원 2천만명을 포괄하고 있는 국제공공노련(PSI)은 올해 4월부터 ‘서아프리카 보건의료부문노조네트워크’를 통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 에볼라로 인한 사망자 10명 중 1명이 의료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표했다.

PSI는 "수많은 의료부문 노동자들이 직무에 관해 충분한 지침서 없이 일하고 있고 안전하지 못한 작업환경 때문에 죽어 가고 있다"며 "이것은 범죄를 방치하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아울러 각국 정부와 지역, 국제노동기구(ILO)와 WHO 등 국제적 차원에서 긴급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에볼라 감염자가 가장 많은 라이베리아의 의료노조 조합원들은 10월 위험수당과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수도 몬로비아를 비롯해 전국에서 3일간에 걸쳐 파업을 진행했다.

미국에서는 서아프리카 지역에 의료지원을 갔다가 감염된 의사가 숨지고 이를 치료하던 간호사가 감염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부를 두고 있는 미국간호사 연대(NNU)는 지난 12일 보건당국의 미온적인 에볼라 대책으로 인해 간호사들이 에볼라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강력한 항의행동을 했다.

NNU는 '치명적인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비하는 실질적인 개선조치를 요구하는 10만 간호사와 보건노동자 행동의 날' 행사를 진행했는데 캘리포니아에 있는 카이저 병원에서는 1만8천명이 이틀 동안 파업에 참여했다. 16개 주를 비롯해 백악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전개했고 6만명이 온라인 서명에 동참했다.

우리나라에도 17개 병원을 지정병원으로 정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으나 과연 어느 정도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긴급예산을 투여해서라도 격리 병동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음압시설, 제대로 된 보호장비와 시설을 갖춰야 한다. 충분한 훈련을 통해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들이 먼저 안심하고 치료에 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보건의료노조는 두 차례 성명을 통해 정부 당국에 에볼라 감염 환자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긴급예산을 투여해서라도 제대로 된 시설과 보호 장비를 갖춰야 하며, 유사시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팀을 가동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정부는 에볼라 사태를 계기로 전염병 관리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하고, 공공병원에 대한 투자 확대 및 공공의료시설 확대와 전문인력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조합원들이 특별기금으로 적립한 사회연대기금에서 500만원을 PSI 사무총장에게 전달했다. 이어 전체 조합원들과 환자보호자를 대상으로 모금운동을 전개하고 시민사회에도 모금운동에 함께해 달라고 제안했다.

PSI는 각국에서 모아진 기금을 서아프리카 보건의료부문 노동자들을 위해 사용하고, 사회적으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망 의료인들의 가족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에볼라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각국별 예방조치도 중요하지만 가장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서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인적·물적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미 국경 없는 의사회를 비롯한 많은 의료인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에볼라와 싸우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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