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금융노조(위원장 김문호)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회장 박병원)가 올해 4월 시작한 임금·단체교섭을 7개월 만에 타결했다. 노사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정년연장과 통상임금 안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쟁점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본지 11월19일자 6면 '금융권 노사 임금 2% 인상, 무기계약직 정규직화 합의' 참조>

◇내년 정규직화 무기계약직 1만명=노조가 가장 큰 성과로 꼽는 것은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다. 은행 텔러 등 금융기관 고유업무에 종사하는 무기계약직 제도를 내년부터 기관별 상황에 맞게 별도의 직급·직군을 신설하는 방법으로 개선한다는 데 합의한 것이다. 노조는 2012년 산별중앙교섭에서 기간제 노동자의 무기계약직 전환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시킨 바 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은행권에서 무기계약직이라는 용어가 사라지고 단순 사무보조 같은 일시적 수요의 임시노동자들만 남을 전망이다. 노조 관계자는 "내년부터 정규직화되는 무기계약직이 1만여명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별도의 직급·직군 신설 등의 방법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어서 분리직군제나 하위직제 도입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무기계약직을 별도 직군이나 직급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정규직화를 도모한 시중은행들이 적지 않았는데, 속을 들여다보면 차별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예컨대 KB국민은행의 경우 정규직 직급체계를 L1~L4로 운영해 왔는데, 지난해 노사합의에 따라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L0직급을 새로 만들어 정규직 임금테이블에 편입시켰다. 이들은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임금과 처우도 정규직 체계를 따른다.

하지만 L0직급이 승진하려면 자격평가 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에 승진 기회는 제한적이다. 보이지 않은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무기계약직들에 대한 완전한 차별해소는 향후 지부 노사가 풀어야 할 과제다.

나기상 노조 교육문화홍보본부장은 "전체 산업으로 봤을 때 금융권 노사가 비정규직 철폐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타 산업으로 모범을 전파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모성보호·양성평등 강화=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에서 나온 모성보호 강화 부분은 단체협약에 새로운 조항을 신설하는 등 세부적인 내용까지 합의했다. 기존에 만 6세 이하로 정해져 있던 육아휴직 신청가능 대상 자녀의 연령을 만 9세 이하 혹은 초등학교 3학년 이하로 확대했다. 현행법은 만 8세 이하 혹은 초등학교 2학년 자녀가 있을 때 신청 가능하다. 여기에 △육아휴직 뒤 복직한 근로자나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금지 △임신 후 12주 이내거나 36주가 지난 여성노동자에게 하루 2시간 근로시간단축 허용 의무화 △만 10세 이하 자녀 양육 중인 여성 근로자는 인사시 근거리 배치 항목 등을 신설했다.

노사는 이와 함께 신규발령·직무배치에 있어 성역할 고정화를 금지하고 사례 발견시 시정조치하는 등 양성평등 항목을 강화했다. 여성할당제의 경우 은행마다 일률적으로 30%를 할당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할당률과 일정 같은 세부사항은 지부 노사가 별도로 논의하도록 여지를 뒀다.

◇정년연장-임금피크제 논의 전망은 '글쎄'=노사가 교섭기간 내내 팽팽하게 맞섰던 정년연장·임금피크제 도입 문제는 지부별 보충교섭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올해 안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직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지 않은 사업장의 경우 임금피크제 도입을 원하는 사측의 요구를 지부가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반대로 이미 55세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시행 중인 곳에서는 임금피크제 시작 연령을 높이고 싶어하는 지부의 요구안을 사측이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노조 관계자는 "사업장별로도 노사가 처한 상황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논의는 소득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에 만 58세가 되는 '낀 세대'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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