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명우
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송파구지부
지도위원

민주노총이 사상 처음으로 실시하는 임원직선제(12월3~9일)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인명부상 67만명의 조합원이 투표권을 행사해 조직의 수장을 선출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와 무게가 상당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총연맹 단위 직접선거는 매우 이례적이다. 임원직선제는 향후 민주노총의 성패를 가를 이정표로 자리매김할 개연성이 높다. <매일노동뉴스>가 4개 후보조에 대한 인물평과 함께 공약을 소개하는 연속기고(기호 순)를 싣는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편집자>

“용가리! 용가리 통뼈!”

지인들이 기호 1번 정용건 위원장 후보를 친근하게 부르는 별명이다. 무슨 뜻일까 사전을 찾아보니 용의 가리, 즉 용의 갈비뼈를 부르는 말인데 담이 세고 뱃심이 좋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 한다. 정용건 후보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니 입가에 빙그레 웃음이 돈다. 위원장이라면 대개 권위적인 이미지인데 정용건 후보는 그런 것과는 달리 소탈하고, 쾌활하면서, 조합원들과 잘 어울리고, 소주잔 기울이며 ‘우리 용가리 위원장님’ 하는 젊은 간부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린다. 그러면서도 투쟁이 벌어지면 ‘용가리 통뼈’답게 원칙을 지키는 투쟁, 효과적인 전략전술로 반드시 승리해 내는 뚝심을 가졌다. 용가리라는 별명이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구나 싶다.

정용건 후보가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을 하던 시절 코스콤 비정규직 투쟁이 벌어졌다. 코스콤이 불법파견 비정규직의 직접고용을 회피하자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것이다. 이때 코스콤에는 정규직 노조가 있었다. 그러나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투쟁을 방해했다. 당시 연맹 위원장이었던 정용건 후보는 과감하게 정규직 노조를 연맹에서 제명하고, 청와대 앞에서 21일 단식을 불사하며 비정규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한 투쟁에 돌입했다. 파업 475일 만에 사측이 비정규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한다는 합의안에 동의했고, 투쟁은 승리했다.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의리를 지킨 뚝심의 용가리, 정용건 후보의 면모를 잘 보여 주는 일화다.

이 글을 쓰면서 무엇을 기준으로 써야 할지, 이 시기에 우리 민주노총에 어떤 지도자가 필요한지 새삼 생각해 봤다.

이번 선거는 예전과 다르게 전체 민주노총 조합원이 직접선거를 하는 직선제 선거다. 4개 후보조가 출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모든 후보들이 민주노총의 위기를 이야기한다. 과연 위기상황의 민주노총을 변화시킬 적합한 후보는 누구일까.

민주노총이 위기라는데,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노조간부를 하면서 느꼈던 첫 번째 문제는 민주노총이 조합원의 요구에 충실하기보다는 정파의 패권에 휘둘린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내부의 정파적 갈등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아는 정용건 후보는 특정 정파와 깊은 이해관계가 없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정파의 패권 없는 민주노총을 조합원들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약했다. 누구나 이야기하는 정파의 패권 문제에 대해 정용건 후보만이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합원과의 소통강화를 위해 분기별 단위조직 대표자회의, 지속적인 조합원 여론조사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정 정파가 아닌 조합원의 이해를 대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과 소통하는 새로운 민주노총을 만들겠다는 데 공감한다.

두 번째는 민주노총 투쟁전략의 문제다. 민주노총은 열심히 투쟁해 왔다. 그러나 비정규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사회양극화는 심해지고 있다. 노후는 불안하고, 현재의 고용도 불안하다.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 노인들은 자살을 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어떠한 투쟁을 해야 하는가. 제대로 모이지 않는 ‘뻥파업’으로 전락한 총파업만 부르짖으면 해결되는 것인가. 후보들의 공약집을 살펴보니 정용건 후보의 사회연대전략이 눈에 확 들어왔다. 연금·의료·교육·보육·주거 등 사회공공성 의제들에 대해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서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야당이 폭넓게 연대해 투쟁하자는 게 사회연대전략이다.

현재 박근혜 정권은 국민을 이간질하고 있다. 재벌과 부자의 세금을 깎아 주면서 거짓 복지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더니 공약을 지킨답시고, 아이들의 급식비용을 깎아 보육비로 돌려막으려 하고, 공무원들을 ‘철밥통’으로 몰아 국민과 공무원을 싸우게 하고 있는 것이다.

부자들은 배불려 놓고, 복지예산은 한정돼 있으니 더 늘릴 수 없다고 선을 긋고, 국민끼리 싸움을 붙여 거짓 복지공약을 가리려는 것이다. 민주노총에 귀족노조라는 누명을 씌운 것도 국민과 민주노총을 이간질하는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정용건 후보의 사회연대전략은 모든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 결국 우리 국민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다. 민주노총이 주도해서 국민과 손을 잡고, 노동자와 국민이 처해 있는 노후문제·주거문제, 부모님과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안인 것이다.

주말에 있었던 후보자 토론회를 보니 ‘역시 정용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의 위기에 지도부가 솔선수범해서 몸을 던져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악을 저지하지 않으면 국민연금 개악으로 번질 것이다”라고 말하며, 우리가 당면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연대전략을 당당하게 제시하고, 다른 후보들의 동의를 받아내는 모습에서 다시금 민주노총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이제 2주가 지나면 역사적인 직선제 선거가 시작된다. 의리와 뚝심의 용가리, 기호 1번 정용건 후보의 당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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