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희 기자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를 핵심 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 질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현행법상 초단시간노동자는 퇴직금이나 사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간제 일자리 확산에 앞서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까닭이다.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민주노총·전국여성노조·청년유니온·아르바이트노조는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간제 노동자 권리보장 입법촉구 토론회를 열었다.

◇"퇴직금과 사회보장 적용배제 법조항 삭제하자"=초단시간 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제한 조세화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초단시간근로자를 통상근로자와 구분하는 현행법 체계가 근로조건 저하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초단시간노동자는 근로기준법에서 주휴일과 연차유급휴가 적용이 배제되고, 퇴직금 적용도 받지 못한다. 4대 보험 관련법에서도 가입배제 혹은 임의가입 대상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는 무기계약 근로자 전환 예외사유로 규정돼 있다. 이로 인해 사용자가 비용절감 차원에서 소정근로시간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등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조 변호사는 시간강사가 강의준비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마사회 경마발매원이 휴게시간을 공제당해 실제 근로시간이 15시간이 넘어도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 되는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소정근로시간이 아닌 실근로시간을 고려하는 식의 대체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현행법 체계에서 사실상 근로기준법이나 사회보험법의 핵심조항 전부를 배제한 것과 같은 조항을 삭제하지 않으면 시간제 일자리 확대정책은 양극화 조장정책에 그칠 뿐"이라고 강조했다.

유성재 중앙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유 교수는 "퇴직금 적용배제 조항은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근로조건 강화와 채용 증가가 동시에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단시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사용자 부담이 증가하면서 채용이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초단시간근로자에 대해서는 기간제 근로자로서 기간 제한 없이 2년을 초과해 사용할 수 있게끔 법을 개정해 고용을 확대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별금지 원칙과 기준 명확히 해야"=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차별금지·시정 대상이 되는 근로조건을 규정하는 기준이 모호하다고 봤다. 박 교수는 "단시간 노동자에 대해 임금 등 분할가능한 금전적 가치가 있는 급여에 대해서만 근로시간에 비례해 산정하도록 하는 원칙을 명시하고 나머지 항목에 대한 차별은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시간 노동자 관련 법·제도 개선에는 사회안전망 확충, 사용자의 탈법행위 등 여러 문제가 고려돼야 한다"며 "네덜란드를 비롯한 선진국들은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가지고 10~20년에 걸쳐 법·제도와 현장조건을 정비한 만큼 한국 정부도 하루아침에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추진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천천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 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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