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더 이상 대통령을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우린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국민 여러분이 힘을 줬습니다. 여러분이 응원과 사랑을 주시면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겁내지 않고 끝까지 진실을 밝힐 것입니다.”(고 오영석군 어머니 권미화씨)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5일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벌여 온 농성을 중단했다. 농성시작 76일 만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가족대책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언제든 찾아오라는 대통령 말을 믿었는데 이토록 철저히 모른 척 외면하리라고 생각지 못했다”며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가족과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그동안 면담신청서를 숱하게 제출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전제조건에 걸려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가족대책위는 "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참가자들은 “단 한 명의 국민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농성장을 찾아 지지를 보낸 지역주민과 국민에 대한 감사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가족대책위는 “전국에서 명절음식을 보내 주시고 퇴근길 붕어빵 한 봉지를 넣어 주는 등 국내외 많은 이들이 가족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며 “주민과 국민의 위로와 응원을 가슴에 안고 광화문과 전국 곳곳으로 국민 여러분을 만나기 위해 나선다”고 밝혔다.

가족대책위는 광화문 농성장에 합류하고 전국 곳곳으로 달려가 간담회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7일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을 지켜본 뒤 이날로 117일간 진행하고 있는 국회농성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현재 여야가 특별법 조문작업 중인데 이 과정에서 또 뭐가 후퇴할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시행령과 시행규칙 작업까지 꼼꼼하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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