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과 산재사고, 하청 건설업체 줄도산…. 건설현장에서 끊임없이 나타난 문제의 원인은 하나로 엮인다. 시행사인 종합건설회사부터 건설현장 실행소장까지 5~6단계로 이어지는 다단계 방식의 건설 하도급 구조 때문이다. 복잡하게 얽힌 하도급 구조와 공사를 수주하려는 하청업체 간 과당경쟁은 문제점을 낳았다. 건설노조는 하도급 구조를 '철폐해야 할 만악의 근원'으로 보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2단계 이상의 다단계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다단계 방식의 하도급이 관행처럼 이뤄지는 실정이다.

건설업계에 만연한 하도급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3배 손해배상제 등 법·제도를 바꾸고 관계부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는 이유다.

참여연대와 민변이 4일 오후 국회에서 개최한 건설업계 하도급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규제해도 늘어나는 불공정하도급

이날 토론회에서 ‘하도급 불공정 거래의 구조적 원인과 정책대안’을 발제한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건설산업에서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이 80~90%로 강화돼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일반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하도급 구조는 인건비 수탈적인 구조로 고착화돼 중소하도급의 영세성을 촉진하고, 불법·탈법적 관행이 고착화되는 수직적인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도급 구조의 불법적인 관행이 척결되지 않는 이유로 위법행위로 인한 이익이 과징금·형벌 등에 비해 큰 점을 꼽았다. 처벌 수위가 낮다는 얘기다.

실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건설회사 담합 피해자 손해배상 현황을 보면 최초 산정 과징금은 4조8천923억원이었지만 최종 과징금 총액은 2조3천256억원으로 47.53%에 불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체적으로 과징금을 감면했기 때문이다. 위 연구위원은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발제에 나선 강신하 변호사(민변)는 국토교통부의 감독 부재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강 변호사는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를 발주할 경우 입찰에 참가하는 하도급 회사·금액·하수급인을 기재한 하도급계획서를 제출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심사에 그친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급사업자 입장에서 부당한 계약인 걸 알면서 협력업체 목록에서 탈락할 것을 염려해 거절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해배상액 대폭 올려야

대형건설사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악용해 하도급업체에 추가공사비를 떠넘기는 것을 넘어 산재사고를 은폐하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2012년 SH공사가 발주한 아파트 철근콘크리트 공사에서 H건설은 벌점부과를 피하기 위해 산재 발생시 노동청에 보고하지 말라고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재사고를 당한 노동자와 H건설의 공상합의금도 하도급업체에 전가했다. 공사 발주자로부터 현금을 받은 시공사가 하도급업체에 어음을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강 변호사는 “입찰에 참가할 때부터 구체적 하도급 공정과 적정가액을 기입한 하도급 계약서를 작성하고, 철저한 사후심사를 해야 한다”며 “심사를 통해 적발될 경우 원사업자에게 정부가 발주한 입찰 참가시 배제하는 불이익을 주고, 계약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의 3배 상당의 징벌배상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승국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도급거래 전반에 걸쳐 발주자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상생하고 협력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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