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200일을 맞은 지난 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범국민 추모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딸과 함께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손에 든 노란색 풍선에는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이 새겨져 있다. 정기훈 기자

“끝까지 진상을 밝혀내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200일째인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 모인 1만여명의 시민들은 진상규명을 목 놓아 외쳤다.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 3법에 최종 합의했지만 시민들의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날 범국민추모대회에 참가한 1만여명의 시민들과 200여명의 유가족은 청계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295명과 실종자 9명의 넋을 기렸다. 이들은 "이제 겨우 한 걸음 내디뎠다"며 "진상을 끝까지 밝히고 결코 잊지 않겠다”고 외쳤다.

255번째 장례식과 엄마의 200일

지난달 28일 수습된 단원고 2학년 황지현양의 발인이 이날 진행됐다. 황양의 유가족과 255번째 장례식을 치른 단원고 교사와 학생은 눈물을 쏟아 냈다. 황양을 태운 운구차는 단원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았고, 영정은 황양이 공부하던 교실을 찾았다. 황양의 할머니는 “좋은 곳에서 오래오래 살거라”라고 되뇌며 눈물을 훔쳤다.

이날 청계광장에는 세월호 참사 200일을 맞아 ‘(희생된 단원고 학생) 엄마의 200일’ 영상이 상영됐다. 단원고 학생 고 권지혜양의 어머니인 이정숙씨는 “전원구조됐다는 얘기를 믿고 딸아이의 옷가지만 챙겨 진도에 내려갔다”며 “현장에 도착한 후부터 지옥이 시작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씨는 “딸아이는 평소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엄마와 나는 동반자라고 말하곤 했다”며 “엄마 이불을 덮어 주고 자기 방으로 가던 딸아이의 빈자리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고 안주현군의 어머니인 김정해씨는 “부모가 자식을 위해 모든 걸 줘도 아깝지 않잖아요”라며 “아이들을 희생시킨 참사의 진상규명은 밝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법 양당합의, 한 걸음 뗀 것일 뿐”

범국민대회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여야의 세월호 3법 합의는 겨우 한 걸음을 뗀 것일 뿐이며, 특별법 제정 이후 진상규명이 안 되면 다시 투쟁해 특별법을 만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한계와 우려를 명확히 한 것이다.

유경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9명의 실종자들이 돌아오지 않은 지금은 추모할 때가 아니다”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마음을 모아 끝까지 뛰어갈 것이고, 그 길에 유가족이 앞장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대변인은 “200일 동안 국민이 보여 준 뜨거운 마음과 응원이 유가족을 여기까지 오게 했으니 앞으로 우리가 쓰러지면 일으켜 세워 달라”고 호소했다. 박래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200일간 정치권이 보인 모습을 질타했다. 박 위원장은 “야당이라고 믿고 맡겼더니 수사권과 기소권을 결국 특검으로 넘겼다”며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으로) 안전사회 건설의 첫발을 떼고, 부족하면 다시 들고일어나 특별법 개정 싸움을 벌이자”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4월16일 한 명이라도 살아 돌아오길 바랐던 간절한 마음으로 유족과 함께 안전사회 건설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당부했다.

한편 범국민대회는 1시간30분 가량 진행됐으며 단원고 학생 고 권오천군의 형 권오현씨와 가수 이상은씨가 노래를 불렀다. 이씨가 유가족의 신청에 응해 부른 곡 ‘사랑해 사랑해’를 선보이자 유가족과 많은 시민이 눈물을 흘렸다.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1만여명의 참가자들은 서울 도심 인근을 행진한 데 이어 서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 들른 후 자진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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