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회의실에서 열린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2014 추계 정책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현 세종대 총학생회장ㆍ김창영 서울시교육청 취업지원센터 팀장ㆍ조 교수ㆍ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ㆍ박종만 알바연대 기획팀장ㆍ김종헌 삼성전자 인사팀 상무 정기훈 기자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 여성 비정규 노동자가 상관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슈가 될 정도로 사회에 충격을 줬다. 해당 여성노동자는 2년 동안 7번에 걸쳐 쪼개기 계약을 했다. “정규직 전환을 시켜 주겠다”는 회사 관계자들의 약속에 성희롱에 대한 문제제기도 하지 못했다.

유명 출판사에 다니던 수습 여직원이 회사 임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의혹도 고용이 불안하고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사회적 약자로 추락하고 있는 청년들의 현실을 보여 준다. 청년실업이 특정세대의 고용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일·학습병행제와 해외취업 등 청년고용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고용을 비용문제로 접근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각종 정책이 성가실 뿐이다. 높은 대학진학률에도 필요한 인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기업의 주장을 단순한 불평으로 치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정책이 일자리 질에 대한 고려 없이 양만 늘리는데 집중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럼에도 노조의 관심은 청년실업보다는 정년연장에 쏠려 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노조 조직률은 고작 6%에 불과하다.

“정부의 추진력과 열린 대화 필요”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회장 김동원 고려대 교수)가 ‘청년실업,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회관에서 개최한 추계정책토론회에서는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정의 역할이 주요 관심사였다. 청년실업 해결은 노·사·정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중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발제를 맡은 김혜진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정 대화를 통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할 때, 초기에는 정부의 열린 대화의지와 추진력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해외사례에서도 나타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94년 인종차별제도를 폐지한 뒤 540만명에 이르는 흑인청년 실업 문제가 국가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직업교육 등 본격적인 사업에 앞서 두 개의 국영보험회사를 매각한 자금으로 시민단체와 청년단체가 참여하는 별도의 기구 UYF를 만들었다. 남아공 정부는 초기 자금을 확보한 다음에는 정부 직속기관이었던 UYF를 독립시키고 자율성을 보장했다. 그 결과 UYF는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종합적인 훈련·취업서비스 기관으로 발전했다.

김혜진 교수는 “남아공은 정부가 초기자금을 지원한 뒤에는 UYF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만들고 민간 분야와의 협력관계를 구축한 반면 아일랜드나 그리스에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개혁으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사회적 협력관계를 깨뜨려 갈등만 키웠다”고 소개했다.

“대기업, 사회적책임 이행해야”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의 역할과 관련해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중소기업들이 이른바 인력 미스매치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자수 100인 이상 민간기업의 고용성장지수’를 보면 고용창출지수 상위 100대 기업 중 1만인 이상 기업은 청년고용 비중이 다른 규모의 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청년고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청년 일자리 문제 해법은 민간 대기업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청년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주들이 주도적으로 기획해 실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임무를 의미 있게 달성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참여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김종헌 삼성전자 인사팀 상무는 “현재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퇴직률이 떨어지면서 청년고용을 위한 선순환이 안 되고 있다”며 “하지만 비즈니스 환경의 불확실성에도 대부분 기업들은 퇴직인원보다 신규고용 인원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노조가입 확대해 젊은 세대 대표해야"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노조의 역할은 가입률 확대가 주요하게 지적된다. 청년유니온이나 아르바이트노조 같은 청년을 대상으로 한 단체가 있지만 활동범위가 조합원 확보보다는 이슈 파이팅에 국한된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에서 어려운 위치에 있는 청년들을 이해하고 청년실업 해결 준비를 위해서는 노조가입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해외사례를 거론하면서 노조가입 확대 방향을 제시했다. 그리스 정부는 2000년대 중반 청년과 실업자들에게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노동계는 전국 범위의 단체협상을 통한 최저임금 인상과 노조 조직확대를 추진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노조 조직을 위한 기본 자료조차 없을 정도로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결국 정부안을 수용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김 교수는 “그리스 사례는 일상적인 조직활동을 하지 않고 단체협상에 초점을 둔 노조활동으로는 이중노동시장에서 고통 받는 청년근로자들을 조직하지도, 대표하지도 못한다는 교훈을 줬다”며 “새롭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젊은 세대를 조직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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