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비정규 노동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 모였다. 고용노동부에 두 통신회사 협력업체를 다시 근로감독하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노동부 근로감독이 끝난 뒤 노동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게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LG유플러스 남인천서비스센터 서비스기사 박훈범(37)씨는 이달 0원짜리 백지 급여명세서를 받았다. 올해 8월 고객에게 죽여 버리겠다는 폭언을 듣고 언쟁을 벌였다는 이유로 센터가 일감을 일체 주지 않은 것이다. 예전이라면 문책만 받고 넘어갈 문제였지만 박씨가 노조에 가입한 뒤 센터는 태도를 바꿨다. 그는 매일 출근을 하면서도 업무를 받지 못했다. 지난달 초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로 진정을 제기했다. 그런데 노동청은 "서비스기사에 대한 근로자성 판단이 먼저 나와야 한다"며 답변을 주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박씨는 일감을 안 주는 데 항의하다 11월1일자로 해고통보를 받았다. 그는 "해마다 최우수사원에 뽑힐 정도로 일을 잘했는데 노조활동을 시작한 이후 부당한 일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센터는 박씨뿐만 아니라 다른 조합원들의 일감도 줄였다. 오유민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남인천지회장은 "노조를 설립한 이후 사측이 오전 10시에 1건, 저녁 6시에 1건씩 일을 주고 있어 하루 종일 대기만 한다"며 "대기만 하다 보니 월급은 150만원이 안 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악동작영등포서비스센터에서는 센터장이 야반도주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5일 아침 센터로 출근한 조합원들은 서비스기사들에게 업무를 할당하는 스케줄러 컴퓨터와 담당직원들이 사라져 버린 것을 발견했다. 센터측은 "원청의 지시에 따라 원청 사무실로 직원과 장비를 옮겼다"고 밝혔다. 지금도 센터는 별도 사무실에서 대체인력 기사들에게 일감을 몰아주며, 조합원들에게는 수수료가 낮은 일만 할당하고 있다. 정삼일 관악지회장은 "서울노동청 근로감독관도 '개통기사의 근로자성은 인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며 "노동부 근로감독 이후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런 사태가 전국 곳곳에서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부는 뒤늦게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만 했을 뿐 잘못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고, 그런 와중에 원청과 센터는 부당노동행위와 교섭 해태로 일관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노동부가 모든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개통기사의 근로자성을 명확히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경기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장은 노동자가 개별 진정을 접수하면 그에 따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