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련

“연공급은 악이고, 직무·직능급은 선입니까.”

정태교 금속노련 홍보차장이 27일 오전 경북 경주시 대명리조트에서 열린 한일 금속노동계 정기교류대회에서 참석자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올해로 20회째를 맞은 정기교류대회에서 금속노련(위원장 김만재)과 전일본금속노조협의회(JCM·의장 야스노부 아이하라)는 양국의 임금체계를 분석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찾는 세미나(한일금속 고위회담)를 열었다.

일본은 장기불황이 시작된 90년대 초반부터 직무급·직능급제를 확대했다. 현재 일본 제조업의 경우 직무·직능 평가를 통해 지급하는 기본급 비중이 88.7%에 이른다. 기본급 비중이 낮은 우리나라와 대비된다. 그렇다면 일본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인건비 억제에 초점 둔 직무·직능급은 실패"

후지토미 케니치 JCM 국제국장은 이날 발제를 통해 “업무 능력과 성과를 적정하게 평가해 임금에 투명하게 반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조업과 기능직의 경우 기술과 기능이 향상되는 단계에서 성과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어 “인건비 억제에 주안점을 두고 (직무·직능급으로) 개편하면 노동자 기술육성이 어렵고, 성과를 평가하기 어렵게 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2012년 일본 후생노동성이 실시한 '취로조건 종합조사'에 따르면 일본 제조업의 62.1%가 업적평가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3분의 2에 육박하는 기업들이 직무나 직능 수준을 평가하지 않고 임금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야스노부 아이하라 의장은 "직무급 확대가 노동자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주장을 부정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정확한 직무분석을 실시해 업무 범위와 양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련은 “직무·직능급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20년에 걸쳐 직무·직능급을 정착시킨 일본에서조차 정확한 업무평가가 어렵다고 하는 상황이어서 연맹 주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연공급제 개편 만병통치약 아냐"

제조업의 경우 근속연수에 따라 업무 숙련도가 좌우된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은 평균 근속연수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남성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13.3년, 여성노동자는 9.1년이다.

금속노련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5.1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가장 낮다. 연맹은 "비정규 노동자가 늘어나고, 이들 중 대부분이 단순·반복업무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직무·직능급제 전환이 근로조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만재 위원장은 “연공급제에 문제가 많다는 실증적인 증거가 아직 없다”며 “사업장 특성에 맞는 임금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노사 공동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태교 차장은 “장기근속이 보장되지 않고 고용이 불안한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이 도입한 직무급을 도입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레토릭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앞으로 바람직한 임금체계를 논의하기 위해 한일 노동계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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