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철도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고철 덩어리가 돼 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도입된 지 20년 이상 된 전동차가 도시철도의 주력으로 운행 중이어서 신차를 도입하거나 철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와 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 박정규)·서울도시철도노조(위원장 이재문)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서울시 지하철 안전 강화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지하철 1~4호선에서 일하는 서울지하철 노동자와 5~8호선에서 일하는 서울도시철도 노동자들이 지하철 안전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서울지하철 많이 늙었다"=발제에 나선 이승우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지하철 차량과 시설이 노후해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지하철 1~4호선을 운행하는 서울지하철공사(서울메트로)는 1천954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당초 기준대로 차량의 내구연한 기준을 25년으로 볼 경우 전체 차량의 24%에 해당하는 465대가 3년 이내에 대차 또는 폐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1996년 제정된 도시철도법이 차량의 내구연한을 25년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9년 법 개정에서 내구연한이 최대 40년으로 연장됐다. 올해 3월 개정에서는 아예 내구연한 조항이 삭제됐다.

94년 창립돼 역사가 짧은 서울도시철도공사도 가장 먼저 개통한 5호선 차량(1995년 첫 운행)을 시작으로 노후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승우 연구위원은 "92년 도입된 차량의 제작사양서를 보면 내구성이 20년으로 돼 있는데, 해당 차량들은 현재 설계기준보다 3년 정도 초과운행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고철 덩이리가 되지 않으려면 서울시가 적극적인 재정계획을 펼쳐 노후화된 차량의 교체·수리와 시설물 관리·보수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은주 서울지하철노조 정책실장은 "서울메트로는 올해 임단협에서 150명의 차량 분야 정원감축을 요구해 지하철 안전에 무관심한 본색을 드러냈다"며 "노사공동안전위원회가 지하철 사고를 유발하는 시스템과 인적·제도적·문화적 요인을 분석하고 사고 예방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서울메트로가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무직 늘리고 현장직 줄인 조직개편 되돌려야"=인력감축 문제를 주제로 발제한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2008년부터 유사기능 통폐합·점검주기 조정·아웃소싱과 민간위탁 정책을 실시하면서 정원을 지속적으로 줄여 나갔다.

2007년 1만284명이던 정원은 지난해 9천150명으로 1천134명이나 줄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도 정원과 현원을 감축했다. 2007년 6천920명이었던 정원은 지난해 6천524명으로 감소했다. 본사인원은 늘리면서 차량과 시설의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현업인력을 줄였다.

이영수 연구위원은 "서울시 지하철에서는 2008년 이후 차량·시설·기술을 담당하는 현업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며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현업인력의 감축이 잘못된 조직개편이었던 만큼 현업과 본사의 불균형 문제를 개선하는 조직개편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조 "지하철 안전, 무거운 숙제로"=이재문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져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잇따랐는데도 지하철에서조차 안전에 대한 기본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하철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노동자의 절대적 사명을 잊지 않고, 지하철 안전에 대한 방침을 수립해 나가기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박정규 위원장은 "지하철 이용 시민의 안전 확보라는 공적임무를 얼마나 진지하게 수행해 왔는지 노사와 서울시의 성찰이 필요하다"며 "서울의 지하철을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지 노동자 스스로 무거운 숙제로 삼고 풀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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