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로드 비정규 노동자들이 4개월의 파업 끝에 협력업체와 첫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티브로드비정규직지부(지부장 이시우)와 티브로드 협력업체들은 23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의 티브로드 협력사협의회 사무실에서 2014년 임단협 조인식을 진행했다.

노사는 지난해 기본협약을 체결한 뒤 올해 임금·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갈등을 겪었다. 지부는 6월10일 씨앤앰지부(씨앤앰 정규직)·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씨앤앰 비정규직)와 공동파업을 벌였다. 같은달 티브로드는 협력업체 13곳의 직장폐쇄를 결정해 비난을 샀다. 지부는 7월1일부터 9월19일까지 서울 광화문 티브로드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였다.

노사는 지난달 말 집중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달 초 조합원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78%가 잠정합의안에 찬성했다. 노사는 임금 9만원 인상, 근속수당(2년 2만원·4년 3만원·6년 5만원) 신설, 병가 등 휴직제도 도입을 임단협에 담았다. 위험작업군을 분류해 환경을 개선하고, 작업중지권·공상처리 같은 산업안전대책도 마련했다.

노사는 특히 조합원 총회시간을 연간 8시간 보장하기로 했다. 대신 1만5천시간이었던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1만2천시간으로 축소했다.

반면 원청이 무개입 원칙을 고수하면서 나머지 쟁점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원청이 나서야 해결되는 고용승계 보장이나 기금조성 항목을 합의서에 넣지 못했다.

지난해 원청은 13억원의 복리후생기금과 3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전액 지원하고 협력업체 노사협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협력업체는 장기간 파업에 따른 조합원 긴급생계지원 명목으로 조합원 1인당 300만원을 대출해 주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실질적 대화 당사자이자 권한을 가진 원청을 교섭에 이끌어 내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사측이 지난해와 달리 강경하게 나왔음에도 단체협약을 맺은 것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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