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2014년 2월 <중국노동통신>이 낸 '노조를 찾아서: 2011-13년 중국 노동자운동'의 결론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가 거세다. 홍콩 민주화는 중국 민주화와 연결된 문제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계급 층위를 가진다. 노동자의 민주주의와 중산층의 민주주의와 부유층의 민주주의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다당제, 정기 선거, 3권 분립이 민주주의의 전부는 아니다. 노동자 입장에서 볼 때 자기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민주주의를 누린다고 보기 힘들다. 민주주의는 왕(대통령)을 매년, 아니 매달 뽑는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노동운동 입장에서 홍콩 민주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민주주의를 이해해야 한다. 나는 홍콩 노동자의 민주주의가 중국 노동자의 민주주의와 직결돼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최근 중국 노동자운동의 성장과 발전을 소개한 '노조를 찾아서'는 홍콩 민주화 시위의 미래를 점쳐 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과도 연결된 문제다.

국가계획경제 시기에 중국 노동자들은 '지도계급'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이런 묘사는 경제 현실보다는 정치 이데올로기의 성격이 컸다. 경제개혁 이후 3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런 그림은 달라졌다. 오늘날 어느 누구도 노동자를 중국의 '지도계급'이라고 하지 않는다. 대기업과 부패한 정부 관리가 그 자리를 찬탈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강하고 활발한 노동계급이 점점 늘고 있으며, 국가는 이를 쉽게 통제할 수 없다. 시골에서 올라온 청년들이 선봉에 선 중국의 새로운 노동계급은 정치적 미사여구가 아닌 생활임금 확보와 안전한 노동환경 구축, 인간으로서의 존엄 보장 같은 사회경제적 기본권에 관심을 기울인다.

물론 권위적이고 탐욕스런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거부한다. 제대로 된 노동조합이 없다. 안정된 단체교섭 체계가 일터에 없다. 때문에 노동자들은 파업·준법투쟁·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세운다. 단체행동은 노동자들 사이에 단결과 연대의 정신을 북돋우고 노동자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의식을 변화시킨다.

특히 젊은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도시에서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갈 고립된 개인으로 보기보다 자신들이 살아가는 도시에서 떠날 수 없는 집단적 힘으로 본다.

중국의 새로운 노동계급은 시민사회와 점점 함께하고 있다. 공식 노동조합이 아닌 노동단체들이 노사분쟁에서 노동자를 지도하고, 단체교섭 전략을 토론하고, 연대를 유지하고,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중국에서 단체교섭제도 발전의 선두에는 노동단체들이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널리 퍼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데 한몫했다. 노동자들은 이제 착취받고 가난한 개인이라는 모습에서 벗어나 스스로 행동에 나설 수 있는 활발하고 힘차고 단결된 집단의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2012년 출범한 중국공산당 시진핑 지도부는 경제를 보다 안정되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고, 부패 관리들을 척결하며, 보통사람들이 경제발전의 혜택을 나눌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알고 있다. 이를 위해 당과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등 국내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정부 정책보다는 파업 같은 노동자들의 직접 요구가 임금을 올리는 유일한 방법이다. 파업이 늘어나면서 지방정부는 개입 혹은 조정을 시도하지만 전문성과 인력, 그리고 자원이 부족한 형편이다.

정부가 공평한 역할을 하기보다 사용자 편을 드는 강경책을 휘두르면서 노동활동가들을 구속하기도 한다. 사업장에 노동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를 둬야 하고, 공식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노동자 편에 서야 한다고 많은 관리들이 인정하고 있다.

공식 노총인 중화전국총공회(ACFTU)를 잠에서 깨우려는 노력은 아직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시진핑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노동자들이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총공회가 힘써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구태의연한 방식을 고집하면서 변화하고 적응하는 데 실패한 총공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공식 노동조합은 사업장에 진정한 단체교섭제도를 세울 의지도 능력도 갖고 있지 못하다. 알맹이 없는 집단협의(collective consultation)를 내세울 뿐이다. 상근 직원이 90만명에 달하는 총공회는 정부 행정기관으로서의 자기 이익이 아닌 노동자들의 이익을 앞에 내세워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직원을 척결하는 등의 철저한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노조운동의 자기 개혁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아래에서는 노동자들로부터, 위에서는 당과 정부에 의해 공식 노동조합은 자기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총공회는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증진하도록 더 많은 압력에 부딪힐 것이고, 그 초점은 제대로 된 단체교섭 체제의 수립에 맞춰질 것이다.

인더스트리올 컨설턴트 (industriall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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