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조 광주전남전기원지부
광주지역에서 20년째 전기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해식(46·가명)씨는 만성적인 목 디스크로 15년째 고생하고 있다. 20킬로그램의 장비를 메고 높이 16미터의 전신주에 매달려 일하다 보니 생긴 직업병이다. 고공에서 2만2천볼트의 고압전류를 다루는 만큼 사고가 비일비재하다. 김씨도 10년 전 보수작업을 하다 추락한 경험이 있다. 그는 "운 좋게 밭으로 떨어져 살았다"고 말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김씨는 궂은날이면 두려움이 앞선다. 김씨는 “가족 때문에 아프다고 그만둘 수가 없어 일한 게 벌써 20년이 됐다”며 “추락사한 선배들이 많아 항상 불안하고,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다”고 토로했다.

김씨처럼 광주지역의 전기원 10명 중 6명(63.7%)이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2.7%는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뇌경색·뇌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와 안전보건공단 광주지역본부는 16일 이런 내용의 '광주지역 배전보수업 종사자 건강관리 사례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올해 3월부터 4월29일까지 204명의 전기원을 대상으로 집단의료상담을 실시한 결과를 담고 있다.

응답자 204명 중 128명은 근골격계 질환 증상을 보였다. 130명(63.7%)은 “심한 어깨 통증을 느낀다”고 호소했고, 110명(53.9%)은 “허리 통증을 심하게 느낀다”고 답했다. 뇌심혈관계 질환과 관련해 응답자 중 52명(25.5%)은 중위험군, 21명(10.3%)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응답자 중 128명(62.7%)은 추락(19.6%)·감전(18.6%)·기타 사고(34.3%)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센터는 “전기원의 업무는 신체부하량이 매우 큰 근골격계 부담작업”이라며 “근골격계 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증상자가 다수고, 뇌심혈관계 질환의 고위험군에 대한 주기적 면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석원희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 위원장은 “광주지역의 경우 한전에서 하청을 받은 업체가 인건비를 줄인 탓에 인력이 40% 가량 모자라다”며 “인원부족으로 인해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휴식을 취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돼 근골격계·뇌심혈계 질환이 심해지는 추세”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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