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중국 현지 협력업체인 신양엔지니어링 공장에서 아동이 휴대전화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중국노동감시(China Labor Watch)
삼성전자의 중국 현지 협력업체가 아동을 고용해 일을 시켰다고 한 국제 노동감시단체가 폭로하면서 소송에 휘말린 가운데 이들이 낸 보고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열여섯 살도 안 된 아이들에게 어른의 절반도 안 되는 임금을 주고 11시간 주야 맞교대를 시키고 있다는 내용이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과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중국 현지 협력업체인 HEG 테크놀로지는 지난 1일 아동노동 의혹을 최초 제기한 중국노동감시(China Labor Watch)를 중국 법원에 제소했다. 중국노동감시는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로 지난 7월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중국 현지 공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16세 미만의 아동노동 실태를 폭로한 바 있다.

‘삼성전자 협력사의 아동노동 착취’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중국노동감시가 신양엔지니어링 공장에 잠입조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신양엔지니어링은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외관 케이스를 생산하는 협력업체로 1천200명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으며, 40% 가량이 기간제 노동자다. 보고서가 폭로돼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이 단체를 제소한 HEG 테크놀로지는 2012년 중국노동감시로부터 아동노동 의혹을 받기도 했다.

중국노동감시는 신양엔지니어링에서 일하고 있는 만 16세 미만의 아동 5명을 발견했다. 현행 중국 노동법은 만 16세 미만 아동의 노동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들 중 3명은 1998년에 태어났고 나머지 2명은 1999년생이다. 아동의 시급은 7.5위안(1천300원 수준)으로 현지 인력소개업체가 알선했다. 이 공장에서 근무한 아동들은 야간노동과 추가근무수당을 받지 못했다. 또 보호장비를 지급받지 못하거나 백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례도 드러났다.

아동들은 성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야간·주말에도 일했지만, 아동의 월급은 450위안(7만7천원 수준)으로 성인 노동자가 받는 월급 670위안(11만5천원 수준)과 비교해 67%밖에 못 받았다. 신양엔지니어링 노동자들은 주야 교대 방식으로 11시간씩 근무한다.

한 아동은 중국노동감시와 인터뷰를 통해 “야간조에 투입되면 기진맥진해져 잘 먹지도 잘 자지도 못한다”며 “아침 8시에 일을 끝나고 기숙사에 가면 식당이 문을 닫아 과자와 컵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운다”고 토로했다. 중국노동감시는 보고서를 통해 “아동들은 한시간에 700개의 휴대전화 부품을 핀셋으로 조립하게 할당받는다”며 “할당량을 채우도록 강요받고, 근무 중 잡담을 하면 관리자에게 야단맞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중국 현지 공장의 아동노동 의혹이 불거진 후 신양엔지니어링과 거래를 중단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당국과 업체의 공동 조사결과 현지 인력업체의 불법행위로 아동이 일한 것을 확인받은 후 거래를 재개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