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병권 차장(왼쪽). 아이에스오토 제공

 

지난해 산업재해 중 81%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50인 미만 영세업체에서 빈발하는 산재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매일노동뉴스>가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공동기획을 마련했다. 산재예방요율제를 중심으로 10회에 걸쳐 비정기적으로 게재한다.<편집자>


지난달 24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아이에스오토는 안전구호와 체조로 하루를 시작했다. 생산팀장이 "지금 환절기니까 감기 조심하시고, 몸이 굳어 있는 상태가 되기 쉬우니 스트레칭 잘 하고 작업장에 들어가자"고 말했다. 그런 뒤 직원들은 "아침 체조 잘하는 회사는 어디?", "아이에스오토!"를 외쳤다. 안전보건공단이 주는 위험성평가 인정을 준비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아이에스오토는 지난 3월 1천번째로 안전보건공단의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 인정서를 받았다. 위험성평가인정제도는 사업주가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파악한 뒤 그 요인을 체계적으로 개선하는 산업재해 예방활동이다.

올해 1월부터 산재예방요율제도가 시행되면서 50인 미만 사업장은 위험성평가 인정이나 사업주 교육을 이수해 재해예방활동을 인정받으면 10~20%의 산재보험료를 할인받는다. 직원이 43명인 아이에스오토는 산재예방요율제를 적용받아 내년부터 3년간 산재보험료 20%(약 1천920만원)를 감면받는다.

전 직원이 함께 안전대책 마련

아이에스오토가 위험성평가를 신청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5·6월 근골격계질환 산재 신청이 2건 연달아 발생했기 때문이다. 안전담당자인 주병권 총무기획팀 차장은 당시 작업환경 개선방안을 찾던 중 위험성평가제도를 알게 됐다. 다만 관리직인 그가 혼자서 현장의 실제 상황을 세세히 알아내고 대책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중 근골격계질환과 피로를 호소하는 직원이 점점 늘어나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때 주병권 차장이 나섰다. 주 차장은 현장 직원 전체가 참여하는 안전보건 분임조를 만들었다. 생산팀장을 조장으로 세워 현장업무를 파악한 뒤 위험발생요인을 찾고, 현장 직원들의 의견과 요구사항을 모았다.

주 차장은 "관리직과 현장직이 유기적으로 함께 움직였다"며 "처음에는 추가 업무로 여기거나 불이익이 생길까 우려했던 직원들이 점점 적극적으로 참여하더라"고 귀띔했다. 그는 "직원들이 작업장에 기름이 새어 나와 바닥이 미끄럽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았다”고 설명했다.

우선 1억원을 들여 현장시설을 대폭 개선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큰돈 들이지 않고 노동환경을 개선했다. 예컨대 빛이 반사돼 눈이 부셨던 창문에 스프레이를 뿌려 해결하는 식이다. 주 차장은 “사업장 안전대책은 안전담당자 혼자가 아니라 임직원 전체의 협력과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전을 입에 달고 산다"

공장을 둘러보니 빈말이 아니었다. 차체 부품을 조립하는 곳에는 발판이 설치돼 있었다. 그 전에는 작업장 바닥이 낮아 작업자가 팔을 높이 들어올려야 작업이 가능했다.

힘껏 잡아당기는 과정에서 사고위험이 상존했던 프레스 틀에는 자동장치를 설치했다. 작업에 드는 신체부담이 확 줄었다. 둘 다 작업자들의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용접기계 주위에는 작업 중에 튀는 불꽃을 막기 위한 차단 철망을 둘러쳤다. 화학약품인 실러(sealer)는 별도로 격리된 ‘실러 룸’에서 관리한다. 벽면에는 관리지침서와 안전보건자료를 붙여 놓았다.

작업장 곳곳에 걸린 게시판 중 가장 큰 것은 '위험성평가 현황 게시판'이다. 안전·환경개선 사항과 현재 진행 중인 개선대책과 함께 안전보건교육 계획서와 위험요인과 작업안전수칙이 붙어 있었다.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다. 주 차장은 “중요한 변화는 구성원 전체의 안전의식이 높아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구성원들은 매일 작업시작 전 재해방지를 위한 아침체조를 하고, 분임조별 안전회의를 수시로 연다. 작업 중 위험요인과 개선대책을 함께 찾아내는 주체는 다름 아닌 직원들이다.

회사는 보상으로 독려했다. 조별 활동실적에 따라 분기별로 1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안전화와 안전모 같은 지나치기 쉬운 소품에도 신경을 쓴다. 안전화는 여러 제품을 모두 테스트한 뒤 인근 업체에서 쓰는 것보다 질 좋은 것을 골랐고, 올해 8월부터는 안전모도 교체했다. 이런 내용은 사업장 게시판에 꾸준히 업데이트된다.

인정서 받으려면 철저한 준비 필수

그렇다고 사업주들이 위험성평가 인정서를 쉽게 따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험성평가 인정률은 13%에 불과하다. 주 차장은 "업체가 따로 사전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성평가 관련 서류와 장부만 이만큼 된다"며 양팔을 벌려 보였다.

위험성평가를 신청한 업체는 실시계획서를 작성하고 사업장 현장점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아이에스오토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안전보건공단의 위험성평가 교육을 받고, 직원 교육과 분임조별 내부교육을 진행하며 꾸준히 평가를 준비한 끝에 인정서를 받을 수 있었다.

회사측 관계자는 “준비가 안 됐거나 체계가 덜 잡힌 회사들이 무턱대고 신청했다가는 인정을 받기 어렵다”며 “두세 번씩 떨어지는 곳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안전보건공단 담당자들이 업무가 많고 여러 회사를 이끌다 보니 업체들을 바로 옆에서 도와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위험성평가 인정은 유효기간 내에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취소된다. 이에 대해 주 차장은 "우리 회사도 몇 년 동안 무재해를 달성하긴 했지만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게 안전사고"라며 "많은 노력을 들여서 인정을 받았는데, 3년 중 한 번 실수가 있었다고 그간의 노력이 한 번에 사라지면 업체 입장에서는 맥이 많이 빠진다"고 지적했다.

아이에스오토의 사례는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아이에스오토의 성과를 본 관계사 5곳이 올해 위험성평가를 신청해 사업주교육을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 차장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안전대책은 사고가 터졌을 때만 문제가 되지 평소에는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에요. 이번 기회를 통해 안전관리자가 회사에 보탬이 된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인정서를 받은 데 그치지 않고, 사후관리에 충실할 생각입니다. 이제 동절기 안전대책을 고민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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