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연장근로를 주 20시간(현행 12시간)까지 늘리고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주지 않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노동계와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노동시간단축 법안을 정부·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의견을 수렴해 입법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벌써부터 사용자측에 치우친 근기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연장근로 늘리고 가산수당 삭감, 여당 “근로시간 줄고 임금삭감 없어”

5일 노동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이 발의한 근기법 개정안 중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한 부분은 대부분 재계가 주장해 왔던 내용이다.

재계는 올해 상반기에 진행된 환노위의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에서 휴일근로시 휴일근로수당 50%만 가산할 것을 요구해 왔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제출한 개정안은 연장근로에 대한 가산임금만 지급하는 하는 것으로 돼 있다.

노사합의시 1주 12시간까지만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 현행법에 8시간을 추가해 20시간까지 가능하도록 한 점과 탄력적 근로 단위기간을 1년까지 늘린 것은 재계가 주장해 온 그대로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는 것을 재계 주장과 비교해 시행시기만 약간 앞당겼을 뿐 기업규모별 6단계로 나눠 시행하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상반기에 진행된 환노위 노사정소위에서 전문가지원단이 제안한 방안이나 새누리당 의원들이 앞서 발의한 법안과 비교해도 재계 입장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노사정소위 전문가지원단도 1주 연장근로를 20시간까지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탄력적 근로 단위기간은 6개월이었고, 특정주에 가능한 근로시간을 현행 52시간에서 48시간으로 낮춰 잡았다. 지원단은 연장·휴일·야간근로 가산임금을 중첩지급해야 한다는 방안도 동시에 제출했다.

시행시기도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여당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에는 단계적 적용 구간이 3단계(김성태 의원안) 또는 5단계(이완영 의원안)였는데, 권성동 의원 개정안에서는 6단계로 늘어났다. 권 의원은 지난달 2일 한국경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을 6단계로 시행해야 한다”는 노골적인 주장으로 노동계의 우려를 산 바 있다.

권 의원은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면 16시간이 줄고, 대신 근로자들의 수익감소를 막기 위해 예외적으로 노사 서면합의를 통한 8시간의 연장근로를 추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권 의원은 “휴일근로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휴일에 8시간을 초과해 근로하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임금이 축소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과 법안발의를 사전조율한 고용노동부도 권 의원과 같은 입장이다.

연내 정기국회 통과 강행되나

노동계는 노사정소위에서 논의를 한 사안인 데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가 발족하는 등 노사정 대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법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입법안 내용도 문제가 많은데 절차적으로 보면 사회적 대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노총은 공공부문 정상화 대책 문제로 노사정위 활동을 잠정 중단한 가운데 새누리당과 정책협의를 진행해 온 터라 당황해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당·정·청이 대화 의지가 있는 것인지, 도대체 무슨 의도로 저런 법안을 발의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성동 의원실 관계자는 “그간 노사정소위 등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논의하는 것도 좋을 수 있지만, 협상과 의견수렴을 거치겠다는 생각에서 개정안을 냈다”며 “우리가 발의한 법안을 고수할 생각은 없고 법안 통과시기도 못 박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동부가 올해 정기국회에서 노동시간단축 관련 법안을 처리해 달라고 거듭 주문한 만큼 정부·여당과 노동계·야당 간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논평을 내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당사자 협의 없이 발의된 개정안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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