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는 최근 종로경찰서로부터 '송·수신이 완료된 전기통신에 대한 압수·수색·검증 집행사실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받았다. 올해 5월1일부터 6월10일까지 정 부대표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과 대화 상대방의 아이디·전화번호·대화 일시·수발신 내역과 그림·사진파일 일체를 압수했다는 내용이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주)카카오 본사의 서버를 열람하는 방식으로 수색이 이뤄졌다.

경찰이 정 부대표의 카카오톡 사용내역을 뒤진 이유는 그가 6월10일 삼청동 국무총리공관 인근에서 세월호 참사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6·10 만민공동회’를 열고 경찰의 해산명령에 응하지 않았다는 혐의(집시법 위반) 때문이다.

당시 현행범으로 체포된 정 부대표가 경찰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자, 경찰은 법원을 통해 전기통신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압수수색이 진행된 지 3개월이 지난 이달 16일에야 정 부대표에게 압수수색 집행사실을 통지했다. 경찰의 통보가 있기 전까지 정 부대표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를 비롯한 노동·인권단체들은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톡 압수수색 과정에서 정 부대표와 그의 지인 3천여명에 대한 광범위한 사이버 사찰이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이날 공개된 정 부대표의 카카오톡 대화방은 노조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대화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초등학교 동창모임과 같은 친목모임을 비롯해 비정규직 활동가 수다방·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는 시민방·쌍용차 범대위·밀양 희망버스 등 사회운동 관련 대화방이 주를 이뤘다.

문제는 정 부대표가 특정·불특정 다수와 직·간접적으로 나눈 대화 내용이다. 신용카드 번호나 비밀번호 같은 금융정보를 비롯해 “대통령 잘못 뽑아 고생이 많다”는 대화 참여자들의 안부인사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투쟁사업장 노동조합의 투쟁계획이나 소송 진행사항, 사회사건을 맡은 변호사들의 소송전략, 언론사 기자들의 개인연락처까지 모두 수사기관으로 넘어갔다. 예를 들어 희망버스 변호인단이 참여하는 대화방에서 한 변호사가 “공모공동정범이론의 위헌성 부분을 (제가) 하면 되는 건가요?”라고 묻는 식이다. 검찰과 법정공방을 벌여야 하는 변호사들의 대화가 수사기관에 노출된 것이다.

한편 경찰은 정 부대표의 카카오톡 정보를 수집하고도 이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경찰이 정 부대표의 집시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정보수집용으로 압수수색을 악용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정 부대표가 휴대전화를 은닉하고 진술을 거부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정당하게 집행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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