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2.28 금 08:00
상단여백
HOME 노동이슈 비정규노동
[현장실습 대학생 착취하는 '위장실습'] 실습 명목으로 설거지·식기관리…40시간 일하고도 월 35만원 받아

ㄱ대학 조리학과 재학생인 A(20)씨는 9월 대부분을 인천 아시안게임 선수촌 식당에서 산학협력 현장실습을 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말이 좋아 현장실습이지 A씨는 외식업체 아모제푸드의 지시에 따라 하루 12시간, 1일 2교대로 일했다. "학교가 일단 하라고 해서 무작정 투입됐다"는 지난 20일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그리고서 그의 손에 떨어진 돈은 실습비조로 받은 50만원 뿐이었다. 시급으로 하면 2천778원, 최저임금의 절반 꼴이다. 식대도 없이 선수들에게 주고 남은 음식으로 식사를 했다. 근로계약서는커녕 산학협력 실습 때 체결하도록 돼 있는 현장실습협약서도 못 썼다. A씨는 "12시간 근무도 힘든데 업체는 처음에 실습시간이 180시간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300시간을 채워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며 "힘들었던 일을 다 메모해 놓고 기다렸지만 중재해줘야 할 학교측은 오지 않았다"고 했다. 24시간 돌아가며 매일 1만명분의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 조리팀 480명 중 300여명이 A씨와 같은 처지의 현장실습생들이었다.

ㄴ대학 호텔경영학과 재학생 B(23)씨는 한 달간 롯데호텔에서 실습을 했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을 일했다. 유명 호텔에서 실제 업무를 배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관리자는 "너희가 여기서 배울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B씨가 한 일은 패밀리 레스토랑 아르바이트와 별반 다르지 않은 설거지·식기관리였다. 급여는 30만원에 그쳤다. ㄷ대학 경영학과 재학생 C(23)씨도 "업체가 처음부터 실습은 노동의 개념이 아니라서 노동법을 안 따른다고 말하더라"고 증언했다. 그는 중소업체 사무보조원으로 야근에 출장까지 가며 직원처럼 일했지만 받은 돈은 월 40만원에 불과했다. 별도 교육은 없었다. 그는 "무급으로 일하는 학생들도 많다"며 "사실 기업은 싼 맛에 (실습생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 40시간 일만 하고 월 35만원 받아

청년유니온이 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대학 산학협력 현장실습생 증언대회'에서 나온 얘기다. 증언대회에서는 나온 청년들의 울분은 청년유니온이 발표한 '대학 산학협력 현장실습현황조사 보고서'에서도 확인됐다. 보고서는 청년유니온이 지난 4일부터 28일까지 호텔·관광·조리 관련학과 현장실습을 진행하는 81개 기업과 25개 대학, 산학협력 현장실습 경험 당사자 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장실습생들의 실습기간은 평균 5.42주로 한 달이 넘었다. 이들은 주당 40.25시간 일해 사실상 전일제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월 실습비는 평균 35만1천933원에 그쳤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1천684원이었다. 대부분 실습 사업장에서 별도 교육을 진행하기보다는 사실상 업무보조·주방업무·상품판매 등 상시업무·단순노무를 수행하고 있어 아르바이트와 다를 바가 없었다.

2013년 10월 기준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일반대 현장실습 이수 학생은 4만202명이다. 이는 2012년 10월 기준 2만7천440명 대비 46.7% 늘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대학 산학협력이 강조되면서 관련 가이드라인 없이 실습만 늘어나고 있다"며 "교육과 노동의 경계에서 사각지대로 방치된 현장실습에 대해 교육부·노동부의 대규모 실태조사와 지도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실습생도 노동자 '위장실습' 처벌해야"

그렇다면 실습생은 노동관계법을 적용받을 수 있을까.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의원실이 지난 22일 질의한 대학 산학협력단 현장실습생의 근로자성에 대해 "현장실습이 순수한 학업의 연장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기업과 실습생 사이의 채용에 관한 계약내용·작업의 성질·작업지시 여부 등 실질적 근로관계에 의해 사용종속관계가 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류하경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도 "실습 명목이라도 호텔조리학과 학생에게 교육이 아니라 설거지를 시키는 계약은 노무제공이 목적인 사실상의 근로계약"이라며 "현장실습생도 근로자"라고 주장했다. 류 변호사는 "대기업의 위장도급이 사회적 문제가 됐는데, 기업이 노동관계법을 모두 회피하고 젊은 인력을 싸게 쓰려고 '위장실습'을 하고 있다"며 "노동부·교육부는 지금 바로 근로감독과 처벌에 나서고, 관련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성희  miyu@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성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