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한 지 3년 안에 복직의사를 묻지 않고 신규채용을 하면 근로기준법상 우선재고용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근로기준법 25조의 우선재고용 조항이 2007년 ‘2년 내 재고용 노력’에서 ‘3년 내 재고용 의무’로 개정된 뒤 법원이 이 조항을 최초로 적용한 것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김범준)는 지난 25일 “(개정 근로기준법은) 정리해고를 한 사용자에게 법적인 재고용 의무를 부과한 것”이라며 "피고는 원고를 고용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신규인력을 채용절차를 시작한) 2011년 7월부터 고용 의사표시를 할 때까지 월 232만6천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0년 6월 인천지역의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생활재활교사로 근무한 박아무개씨가 경영상 이유로 정리해고되면서 시작됐다. 이 장애인 복지시설은 다른 생활재활교사가 퇴직하자 2011년 7월 신규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그해 8월에 새 직원을 뽑았다. 재판부는 해당 복지시설이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한 날부터 3년 이내 해고 당시 담당 업무와 같은 업무를 할 근로자를 채용할 경우 해고된 근로자가 원하면 우선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25조를 어겼다고 봤다. 장애인 복지시설이 해고된 박씨의 복직 의사를 묻지 않고 새로 직원을 뽑았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장애인 복지시설은 “해당 조항이 사용자의 법적인 의무를 부과한 조항이 아니며, 해고된 박씨와 신규채용된 송씨와의 업무상 동일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해당 조항이 사용자의 고용의무 이행을 구할 수 있는 사법상 청구권 성격을 갖고 있다”며 “업무의 주된 내용에는 차이가 있더라도 동일한 수준의 직업능력·자격을 요하는 경우 동일한 업무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소송을 대리한 조세화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정리해고된 근로자의 우선재고용 권리가 사법상 청구권의 대상이 되고, 사용자에게 우선재고용 절차 이행의무가 부과된다는 점이 이번 법원의 판결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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