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산업재해 중 81%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50인 미만 영세업체에서 빈발하는 산재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매일노동뉴스>가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공동기획을 마련했다. 산재예방요율제를 중심으로 10회에 걸쳐 비정기적으로 게재한다.<편집자>

수도권 중소제조업체인 A사에서 근무하던 김아무개씨는 지난해 지게차와 건물구조물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공장에서는 작업 중 부산물이 끊임없이 나왔다. 지게차는 이를 쉴 새 없이 실어 날라야 했다.

사고는 부지불식간에 일어났다. 작업 중이던 김씨는 지게차가 그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김씨와 지게차 운전자인 박아무개씨의 시야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였다.

공장 안 소음이 88데시벨(dB)인 탓에 김씨는 후진 중인 지게차의 경보음을 듣지 못했다. 운전자 박씨는 사고를 알아채고 황급히 지게차를 뺀 후 119에 신고했지만, 김씨는 끝내 숨졌다.

운전자와 노동자 모두 부주의해 발생한 사고였다. 이와 관련해 안전보건공단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라고 진단했다. 고용노동부와 공단은 당시 사고에 대해 △근로자와 지게차 전용통로를 별도로 설치하거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반사경을 설치하고 △경보음을 높였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산재를 당한 노동자는 7만4천800여명이다. 50인 이상 사업장(1만7천여명)과 비교해 재해자가 5배 가까이 많다.

산재사고를 예방해 무재해 사업장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노사 모두 같다. 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 사업주는 예산과 인력부족으로 산재예방 투자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반면 노동자는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사고 예방에 주의를 기울이기 어렵다.

공단에 따르면 넘어짐(17.0%)·끼임(16.5%)·떨어짐(15.4%) 같은 단순한 사고가 산업재해 빈도에서 상위권을 차지한다. 사업장 환경을 개선하고 유해위험요인을 사전에 파악한다면 산재사고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장님이 나서야 산업재해 줄어든다

최근 정부는 50인 미만 사업장을 중심으로 산재예방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산재사고의 81%가 50인 미만 사업장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타깃을 노동자에서 사업주로 바꿨다. 사업주가 사업장 안전을 직접 관리해야 효과가 높아진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도입된 산재예방요율제도 사업주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산재예방요율제는 사업주가 위험성 평가 인정 또는 사업주 교육을 이수하면 산재보험요율을 할인해 주는 제도다. 50인 미만 제조업체 사업주가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이를 제거·감소시키는 활동을 할 경우 보험료를 깎아 준다. 또 사업주가 공단이 실시하는 교육을 4시간 들은 뒤 산재예방계획서를 제출하면 1년간 10%의 산재보험료 감면 혜택을 받는다.

심광진 공단 서울지역본부 교육센터 소장은 “안전교육을 받은 사업주가 자기 사업장에 어떤 위험요인이 있는지를 찾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안전의식이 싹튼다”며 “사업주가 위험요인을 개선하는 대책을 수립한다면 안전 담당자·노동자까지 안전에 심혈을 기울이게 돼 산재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시행 첫해 9개월 동안 목표 70% 이뤄

산재예방요율제 사업주 교육은 50인 미만 제조업종 사업주의 특성을 감안해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산업안전과 관련한 기초적인 내용부터 산업안전보건법 등 안전 관련 법까지 교육한다. 생산과 경영을 함께하는 영세업체의 특성상 놓치기 쉬운 내용을 두루 담았다는 게 공단의 설명이다.

사업주 교육은 산업안전과 산재 분야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공단 소속 전문가가 진행한다. 사업주는 4시간 동안 산재를 일으킬 수 있는 사업장 위험요인에 대한 교육을 듣고 예방평가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교육을 마친 후 안전 취약요인을 찾아 60일 안에 예방대책을 제출하면 산재보험료 10%를 할인받는다. 이를테면 A사의 사업주가 교육을 이수한 후 지게차 반사경 설치나 경보음 상향 조정 같은 예방계획서를 제출하면 지원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해 공단은 "사업주들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 4시간 교육을 받으면 되는 사업주들의 편의를 위해 같은 교육과정을 월 3회로 늘렸다. 날짜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전국에 위치한 공단 산하 28개 지사 중 하나를 선택할 수도 있다. 공단이 올해 목표한 교육인원 3만여명 중 이달 현재까지 2만850여명(70%)이 교육을 이수했다.

대체로 만족하지만 '미흡' 평가도

사업주들의 생각은 어떨까. <매일노동뉴스>는 사업주 교육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17일 오후 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진행한 사업주 교육을 참관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50~60대 사업주와 30대 초반 사업주를 포함해 40여명이 교육에 참석했다.

공단에 따르면 사업주 교육에 대한 수강생들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편이다. 4시간 교육을 이수하고, 예방평가서를 작성하는 것만으로 산재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는 것은 사업주 입장에서 적지 않은 이득이다.

사업주가 산재예방 관련 교육을 받을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교육참여 자체로 안전의식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서울지역에서 5인 규모의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박아무개씨는 “사장인 내가 안전문제에 관심이 있어야 직원에게 교육을 한 번이라도 더 시킬 수 있지 않겠냐”며 “바쁘게 일하다 보면 정리정돈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사고가 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경각심을 가져야겠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교육 내용이 현장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제조업 사업주인 권아무개씨는 “물을 많이 쓰는 일을 하니까 안 젖으려고 장화를 신는데, 산업안전감독을 나오면 현장 상황을 모르고 장화를 신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 사정을 무시하고, 규정에 나온 대로 고치라고 하면 일을 어떻게 하냐”고 반문했다. 제조업체마다 생산하는 제품과 공정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인터뷰] 심광진 공단 서울지역본부 교육센터 소장

“사업주가 산재예방의 주체가 돼야 합니다”

안전보건공단 서울지역본부 교육센터 심광진(56·사진) 소장은 안전보건 분야의 전문가다. 공단 기술위원을 지낸 그는 지난 17일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사업주는 산재예방의 주체”라는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사업주가 나서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안전의식이 사업장 전반에 뿌리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심 소장은 이날 공단 서울본부에서 사업주 교육을 진행했다. 40여명의 사업주들을 대상으로 3시간 동안 강연했다. 공단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 사업주 교육이 산재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나.

“50인 미만 사업장은 안전에 대한 투자를 꺼린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한 후 들어가는 비용은 산재예방 비용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 막는 격이다.

사업주가 안전의 주체가 돼야 한다. 사업주가 안전을 주도하고, 근로자들이 따라야 안전의식이 생긴다. 사업주가 나서 우리 사업장에 어떤 위험요소가 있는지 머릿 속으로 그려 보고, 개선방안을 찾는다면 산재예방 효과가 크지 않겠나. 그게 사업주 교육을 하는 이유다.”

- 사업장 위험요인을 밝히는 것이 사업주에게 부담일 수 있는데.

“규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단은 위험요인이 무엇인지 사업주와 함께 개선점을 찾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것이다. 불이익은 없다. ”

- 산재예방요율제가 올해 처음 시행됐다. 과제가 있다면.

“새로 도입된 제도라 모르는 사업주가 많다. 참여율을 높일 수 있도록 널리 알려야 한다. 제조업 외에 다른 업종까지 교육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사업주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육내용을 개선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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