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조(위원장 김정훈)를 법외노조로 밀어내려던 정부의 시도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19일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법원의 결정으로 전교조 전임자에 대한 직권면직 행정대집행을 예고하고 교육감과 인사권 갈등까지 불사했던 교육부는 일체의 강경대응을 멈췄다.

정부가 전교조 법적지위에 관한 판결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전교조 죽이기를 시도해 사회갈등을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재직자만 조합원 자격 부여는 평등권 침해”=서울고법 행정7부(민중기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제2조(정의)가 과잉금지원칙과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교원노조법 제2조는 교원 중 해고된 사람은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만 교원으로 간주한다. 정부는 해당 조항에 따라 지난해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전교조를 교원노조법상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조합원의 자격과 범위를 재직 중인 교원으로 제한한 해당 조항은 단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 과잉금지원칙에 저촉될 여지가 있다"며 "현직 교원이 아닌 자의 노조 가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합리적 이유를 찾을 수 없고, 현직 교원이 아니라고 노조 가입을 법으로 금한 것은 프랑스·독일·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고법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따라 전교조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노조아님 통보에 대한 취소 소송'(본안 소송)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심리가 중단된다.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뒤에도 항소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법외노조 통보 효력이 정지된다.

◇정부 후속조치 중단, 전교조 합법지위 유지=서울고법의 판단에 따라 전교조는 합법지위를 유지한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시·도교육청에서 진행 중이던 미복직 전임자들에 대한 징계절차도 모두 중단됐다. 전임자 교단 복직과 조합비 원천징수 중단, 지부사무실 임대지원 중단 등 교육부가 전교조를 상대로 추진한 조치도 함께 중단된다.

교육청들의 후속조치는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9일 미복직 전임자 4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려던 전북도교육청은 재판 결과 후 징계위 소집을 취소했다. 강원도교육청은 30일 개최하려던 징계위를 취소하기로 했다.

전국 시·도교육청 가운데 유일하게 미복직 전임자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를 의결한 경북도교육청은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후속조치를 한다는 입장이다.

직권면직 조치를 하지 않은 교육청 3곳에 직권면직 행정대집행까지 예고했던 교육부는 징계절차 되돌리기에 들어갔다. 교육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에 따른 후속조치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시·도교육청에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 무리한 전교조 무력화 시도로 혼란 자초=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전교조 법적지위에 대한 법원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무리하게 후속조치를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사회적 혼란을 추스르기 위해 교원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참여연대는 21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판결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전교조 전임자 복귀 등 법외노조 통보의 후속조치를 진행하면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부추겼다"며 "정부와 국회는 재판부의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여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성명을 통해 "교육부는 학교현장에 혼란을 자초한 전교조 무력화 시도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며 "고용노동부는 법외노조 통보를 철회하고, 국회는 교원노조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한명숙·심상정 의원이 각각 발의한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해직된 교원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노동부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행정처분의 효력을 임시로 중단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법상 노조아님 통보가 위법하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며 "소송 과정에서 노조아님 통보가 전교조의 위법을 시정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였다는 것을 소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2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고법 결정에 대한 입장과 향후 대응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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