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들은 노조와의 단체교섭과 임금인상을 회피하기 위해 외주화와 비정규직 사용을 늘렸다. 노조는 사회 전체적인 분배정의보다 소수노조의 자기 기득권 챙기기가 중요해졌다. 정의롭지 못한 노사관계가 되고 제3의 희생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담합적인 노사관계가 된 것이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7일 미리 공개한 한·중·일·대만 소셜아시아포럼 발제문에서 한국 노사관계를 위기로 진단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고려대 노동대학원은 20주년을 기념해 18일부터 이틀간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소셜아시아포럼을 개최한다.

한국 노사관계, 질적인 면에서 취약

이장원 선임연구위원은 발제문에서 한국 노사관계 위기를 △노사 간 대립적 갈등국면과 일자리 창출력 부재 △노동시장 이중구조 격차를 조정할 노사관계 제도의 취약성 △고용관계 외주화를 통한 노사관계의 형해화로 요약했다.

한국의 노사관계가 분규양태나 양적 건수에서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장시간 근로체제 해소나 중소기업·외주노동, 대기업 노동자 간 형평성 제고 등 노사협력의 질적인 성과 측면에서는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대기업·정규직 노사의 담합구조, 불공정 하도급 관행과 같은 노동시장의 불공정성이 근로계층 간 격차를 확대하고 있는데도 기존 노사관계가 이를 조정하기는커녕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수준이 96년 77.5%에서 2010년 64.6%까지 하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내하도급과 같은 간접고용이 증가하면서 사용자가 고용상 책임을 회피해 노사관계가 형해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빼놓지 않았다.

“분배정의와 생산성 향상의 균형 찾아야”

그는 한국 노사관계를 혁신하기 위해 △일자리 나누기와 평생학습체계 구축 △임금직무체계 혁신 △노사의 사회적 책임을 통한 취약계층 보호가 필요하다고 봤다.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는 한편 교육훈련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켜 노사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일자리 나누기에 성공한 대부분의 기업은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도 줄어든 초과근로수당의 일부를 교육훈련 수당으로 보전받고 다시 생산성 향상으로 되갚아 주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노사정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가칭)임금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임금수준에서의 차별성 문제와 직군별·집단별 임금수준의 적정성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는 “비정규직이나 사내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노사관계 차원의 해법을 조기에 마련하기 어렵다면 임금조정을 통해 과도기적으로 임금정의를 구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아울러 “노사관계에서 분배정의만을 강조하고 생산성 향상이라는 효율성을 등한시한다면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노사 상생의 연합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정의와 효율은 노사관계를 발전시키는 양 바퀴인 만큼 작업장 혁신이라는 생산성 의제에 노사가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고려대 노동대학원이 20주년 기념해 개최하는 올해 소셜아시아포럼에서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일본·대만의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에 관한 문제도 다룬다.

18일에는 린자허 대만국립정치대학 법학원 교수와 훙징수 공평세제개혁연맹 대변인이 대만의 노동시장과 청년실업에 관해 발표한다. 이어 하기와라 쿠미코 시모노세키 시립대학 경제학부 교수 등이 일본 노사관계와 노조활동에 관한 살펴본다.

19일에는 중국노동관계학원 교수들이 '중국 경제구조 조정 중의 노동관계', '중국 노동분쟁 처리 현황, 문제 및 해결 사고방향'을 주제로 발표한다. 이어 한국 노사관계를 살펴보고 종합토론을 진행한 후 포럼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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