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철도·지하철 노동자들이 안전운행을 위해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공공운수노조·연맹(위원장 이상무)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성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공공교통네트워크는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철도안전법·도시철도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전국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궤도협의회)가 주관한 이날 공청회는 회사나 정부가 책임져야 할 안전 문제를 노동자들이 지목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철도에서 '세월호 참사' 엿보여

2012년 8월 부산 1호선 대티역에서 전동차 전기절연장치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승객 4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고의 직접 원인은 시설 노후였지만 시설교체 비용을 절감하고 관리인력을 감축한 것이 배경 요인으로 지적됐다.

올해 5월에는 서울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열차 신호체계 고장으로 인한 추돌사고로 승객 250여명이 다쳤다. 설비 투자를 축소하고 신호업무 업무를 외주화한 것이 사고 원인으로 분석됐다.

같은달 서울 3호선 도곡역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으나 출장 중이던 지하철 직원의 현장대응으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공청회 발제자로 나선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는 "철도·지하철 대형 참사의 잠재적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잇단 사고로부터 교훈을 얻지도 못하고, 참사 징후를 개선할 결단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영성과를 우선시하는 사측이 설비교체 투자를 줄이면서 부품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안전관리를 실행할 인력을 축소한 뒤 외주화한 점이 사고 원인으로 계속 지적되는데도 개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철도·지하철 교통 현실이 세월호 참사와 닮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생명과 안전을 무시하는 기업의 이윤추구 행태와 이를 촉진한 정부의 규제완화·위험관리 외주화·노동유연화 정책의 합작품"이라며 "공공성이 강한 사회인프라인 철도·지하철에서 세월호 참사에서 나타난 문제들이 복제된 것처럼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2인 승무 의무화하고, 유해작업 도급 금지해야"

철도안전법·도시철도법에 안전 관련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철도안전법은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참사를 계기로 제정됐다. 전동차 내장재를 불연재로 교체하고, 위험상황에 대비한 비상대응계획을 도입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철도안전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 인적요인에 의한 사고예방 방법, 시설·차량 안전기준은 빠져 있다.

철도차량에 대한 내구연한을 삭제하는 법 개정이 계속돼 온 점도 문제로 부각됐다. 1996년 제정된 도시철도법은 차량의 내구연한을 25년으로 제한했다. 그런데 2009년 개정에서 최대 40년으로 연장했다가, 올해 3월 개정에서는 아예 내구연한 조항을 삭제했다. 철도차량을 무한정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 교수는 "철도안전을 위해서는 철도안전법에 2인 승무 의무화·무인 역사운영 금지·전동차 내구연한 명문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며 "정부는 철도·지하철 안전업무의 외주용역화 추진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권두섭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철도안전법에 유해작업 도급금지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안전·보건상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에서 도급을 금지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참조해 철도안전법에도 적용하자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철도 안전업무가 도급형태로 수행되면 안전업무를 수행하는 도급회사가 철도공사와 같은 원청의 지휘·감독을 받을 수 없게 돼 심각한 안전상 문제가 발생한다"며 "철도에 만연한 간접고용 구조도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나 직무능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청회를 주최한 정성호 의원은 인사말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비용절감·효율성보다는 생명과 안전의 가치가 우선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며 "철도가 국민의 안전한 발이 될 수 있도록 노조와 함께 힘을 모아 가겠다"고 약속했다. 정 의원은 이날 공청회 결과를 바탕으로 철도안전법·도시철도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한편 공청회에는 한동민 국토교통부 철도기술안전과장·이승우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권두섭 변호사·김광일 녹색교통운동 교통환경팀장·서형석 서울지하철노조 수석부위원장·송호준 전 철도노조 정책실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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