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2일 오후 정례회의가 열리고 있는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회의실에 입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직무를 3개월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금융감독원의 '문책경고' 중징계 건의를 이례적으로 한 단계 상향한 것이다. 임 회장의 직무는 정지됐다.

금융당국은 KB금융과 KB국민은행 수장이 모두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고 지주사와 은행에 금감원 감독관을 파견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금융위 회의실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금감원이 긴급 상정을 요청한 KB금융지주 부문검사 결과 조치안(문책경고)보다 높은 수준인 ‘직무집행정지 3개월’로 수정해 의결했다.

금융당국의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위법한 행위의 경중에 따라 5단계(해임권고-업무집행 정지-문책경고-주의적 경고-주의)로 이뤄지는데 문책경고 이상이 중징계로 분류된다.

금융위 만장일치로 “책임 무겁게 물어야”

금융위는 “임 회장의 직무상 감독업무 등 태만에 중과실이 인정되고 이로 인한 KB금융의 경영건전성 훼손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금융위는 “임 회장이 주전산기 교체사업이 적법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는데도 직무상 감독의무를 태만히 해 중대한 위법행위가 발생했다”며 “심각한 내부갈등이 지속되는 와중에도 자회사에 대한 경영관리업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내부갈등과 지배구조 난맥상이 외부로 표출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수정의결에는 참석한 금융위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금융위는 "KB금융이 우리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국민 재산을 관리하는 금융회사의 기본 책무를 고려할 때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해 이후 금융위가 금감원의 제안보다 제재를 상향한 경우는 단 한 차례 있었다. 지난해 말 한 자산운용회사에 대한 과태료 수준을 높인 경우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위 기관인 금융위가 금감원의 제안에 귀속될 이유는 없고, 그래서 심의를 하는 것”이라며 “2012년 이전에는 금감원 제안보다 상향시킨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 ‘마이웨이’ 선언, 금융위 비상체제 가동

임 회장은 금융위 결정에 불복하고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KB국민은행의 주전산기 전환사업은 의사결정 과정 중에 중단돼 실제 사업에는 착수하지도 않은 상태”라며 “직접 발생한 손실이나 전산 리스크가 전혀 없는데도 관리·감독 부실과 내부통제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결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지금 이 순간부터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기 위해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며 “KB금융과 저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임 회장의 의사와 상관없이 경영정상화 조치에 들어간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전체회의 직후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비상체제를 즉시 가동하라”고 지시했다. KB금융의 경영리스크가 해소되는 시점까지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고 부위원장 중심으로 금융위·금감원 합동 비상대응팀을 구축하라는 내용이다. 지주와 은행에 금감원 감독관을 파견해 경영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신속하고 과감하게 할 것도 주문했다.

신 위원장은 “CEO 리스크를 방치할 경우 KB금융의 경영건전성뿐 아니라 금융시장의 안정과 고객재산의 보호에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특단의 조치를 한 것”이라며 “최대한 빠른 시일에 KB금융과 은행의 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포스트 임영록' 준비하는 노조

노동계는 임 회장 사퇴를 요구했다. 금융노조는 “금융위가 금감원 결정보다 강한 직무정지 징계를 내린 것은 사욕을 위해 국내 최대의 금융기관에 심각한 경영공백을 초래해 놓고 금융당국까지 맘대로 주무르려고 한 임 회장의 죄질이 매우 나쁘기 때문”이라며 “즉시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번 사태는 모피아(금융관료+마피아)의 금융기관 장악에 있는 만큼 낙하산 인사를 근절해야 한다”며 “임영록 회장을 내려보낸 신제윤 금융위원장 등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KB국민은행지부는 “임 회장이 경영 과오에 대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행정소송 제기를 중단하고 성과연동주식(스톡그랜트)을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지부는 “관치철폐 투쟁을 자율경영 쟁취와 지배구조개선 투쟁으로 전환한다”며 “관치 낙하산 인사와 외부인사 선임 시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KB금융지주 이사회는 17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임영록 회장의 대표이사 회장직 해임 여부를 논의한다. 이사회에는 직무정지를 당한 임 회장을 제외한 사외이사 9명이 참석한다. 과반수가 찬성하면 해임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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