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의 쉐보레 차량을 판매하는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했다. 이들은 "석 달 동안 9대 이상 자동차를 판매하지 못하면 기본급(월 50만원)이 전액 삭감된다"며 "6개월간 재취업 제한규정과 같은 노예계약을 맺고 있어 대리점을 옮길 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에는 일부 대리점들이 인터넷을 통한 비정상적인 차량 판매에 나서면서 영업직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진 형국이다.

10일 한국노총 한국비정규직일반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전국 쉐보레 대리점 영업사원들로 구성된 쉐보레영업직지부(지부장 박인상)가 결성됐다. 박인상 지부장은 "한국지엠이 쉐보레를 출시한 지 3년 만에 국내 판매 3위 자동차업체로 괄목할 성장을 이뤘지만 그 이면에는 쉐보레 영업사원들의 눈물이 있다"고 말했다.

◇'위탁에 또 위탁' 다단계 판매구조=한국지엠은 2009년 말 대우자동차판매와 판매계약을 해지했다. 이어 2011년 3월 쉐보레 브랜드를 론칭하는 과정에서 책임지역총판제(메가딜러 시스템)를 도입했다. 300여개 전국 대리점을 5개 지역으로 분할해 중간관리자 격인 지역총판(메가딜러)을 두고 차량판매와 사후관리를 위탁하는 방식이다.

지부에 따르면 5개 메가딜러는 한국지엠으로부터 차량을 구매한 후 각 대리점별로 판매 목표량을 할당한다. 대리점이 판매목표량을 채우면 지원금이 지급된다.

차량 판매수익금의 대부분은 한국지엠과 메가딜러에게 돌아가고 대리점은 판매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판매 수수료는 영업사원과 대리점이 60대 40의 비율로 나눠 갖는 구조다.

그런데 책임지역총판제가 도입된 뒤 한국지엠과 대리점 간에 '갑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2년 대리점주들은 "일방적으로 판매목표를 할당하고 비용을 전가한다"며 한국지엠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지엠은 대리점주와 동반성장협약을 맺고 "불공정거래 행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을 중의 을'인 영업사원들의 처우는 달라진 게 없다. 노조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은 석 달 동안 차량 9대 이상을 판매하지 못할 경우 월 50만원의 기본급조차 못 받고 사전통보 없이 해고를 당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대리점마다 운영방식에 차이가 나는 만큼 영업사원들이 더 나은 노동조건을 찾아 소속 대리점을 옮기려 해도 ‘6개월간 재취업 금지’ 규정 탓에 직업선택의 자유마저 제한을 받고 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영업사원 울리는 인터넷 영업=급기야 최근에는 '인터넷 영업'이라는 편법 거래가 기승을 부리면서 생활고를 호소하는 영업직들이 급증하고 있다. 박인상 지부장은 “일부 대리점들이 차량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차량을 매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동호회나 특정 홈페이지, 혹은 휴대폰 문자서비스를 통해 암암리에 거래되는 이런 방식은 파격적인 할인율로 고객을 끌어들인다. 판매대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지원금도 올라가기 때문에 일부 대리점 대표들이 판매수수료를 포기하면서까지 인터넷 영업에 뛰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지부장은 “인터넷 영업 소문을 들은 고객들이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대리점에 과다할인을 요구하면서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차량판매가 힘든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영업사원들은 생활고를 겪고, 쉐보레는 브랜드 가치 하락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지부는 “인터넷 영업은 메가딜러와 한국지엠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한국지엠이 비정상적 영업을 하다 적발되는 대리점에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인터넷 영업에 대한 사실확인이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노조결성 방해 의혹도=대리점주로 구성된 쉐보레전국대리점협의회가 노조결성을 방해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지부에 따르면 협의회는 지난해 말 회의를 열어 영업사원들의 노조결성과 관련해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협의회측은 특수고용 형태인 영업직의 근로자성 논란에 대비해 출퇴근을 비롯한 근태관리 금지와 문건이나 문자메시지가 아닌 구두로 지시사항을 전달하라는 내용의 행동지침을 마련해 배포했다고 노조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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