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에 장수 막걸리가 있다면 부산에는 생탁 막걸리가 있다. 장수 막걸리에 이어 전국 매출 2위다. 부산 막걸리 시장의 90%를 점하고 있다. 생탁 막걸리를 만드는 노동자들이 6개월째 파업을 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10일 부산지역 노동계에 따르면 부산지역일반노조 부산합동양조 장림제조장 현장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은 올해 1월이다. 막걸리 생탁을 제조하는 부산합동양조는 41개의 막걸리 양조장이 합자해서 만든 회사다. 장림공장과 연산공장이 있는데 장림공장 노동자 45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노동자들은 임금·단체교섭에서 △국가공휴일과 노동절 유급휴일 보장 △명절휴가와 하계휴가 실시 △월급제 실시 △정년연장 △노사 동수 징계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노조라면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것들이다.

노조에 따르면 부산합동양조 노동자들은 주 5일 근무는 고사하고 한 달에 한 번밖에 쉬지 못했다. 휴일특근수당·연차휴가도 거의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 55세인 정년이 지나면 매년 촉탁계약을 맺기 때문에 전체 직원의 70%가 촉탁직이다.

25명의 장림공장 사장들은 “인사와 경영권에 대한 침해”라며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매달 2천만원 이상의 배당금만 챙기면 되는 사장들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향상에는 인색했다. 노동자들은 4월29일 파업에 들어가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파악한 부산합동양조 공장의 노동실태도 열악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이 5~6월 특별근로감독을 한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돼 2천만원가량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아직도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휴일·임금과 관련한 근로기준법도 위반 사례가 여러 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식품의약품안전청이 특별점검을 했더니 부산의 명물이라는 생탁 막걸리의 제조 과정이 엉망이었다. 광고와 달리 천연암반수가 아닌 수돗물로 막걸리를 만들고 제조일자를 허위로 기재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국석 부산일반노조 위원장은 “소규모의 도가(양조장) 사장들이 합작해 만든 회사이다 보니 노동자들을 머슴으로 아는 관습이 뿌리박혀 있다”며 “사용자들이 노동법 준수나 노조와의 대화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민주노총은 최근 중앙집행위원회 결의로 생탁 막걸리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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