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금융감독원이 금융위원회에 중징계를 건의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사퇴는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버티기에 돌입한 임 회장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임 회장은 10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결정 과정 중인 일에 대해 중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최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결정을 중징계로 바꿔 금융위에 조치를 건의한 데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임 회장은 “주전산기 선정과 관련해 업체선정이나 가격 등 최종 의사결정 행위나 결과 등이 전혀 결정된 바 없다”며 “제재심의위에서 깊이 있게 논의해 판단한 것을 금감원장이 객관적 사실의 변동이 없는데도 중징계로 상향 조정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중징계로) 조직화합에 온 힘을 기울이는 KB 전체가 뒤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사퇴한 이건호 전 행장에 대해서는 “주전산기 교체를 주관하면서 왜 그렇게 집착하고 이견을 제기했는지 모르겠다. 조직을 흔들고 나갔다”고 말했다.

임 회장이 자신에 대한 징계건을 두고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5일에 이어 두 번째다. 그는 당시 “그룹 수장 입장에서는 명예회복 위해 명명백백하게 소명할 것”이라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퇴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임 회장에 대한 징계건을 심의할 금융위는 “신속하게 진행하라”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주문에 따라 12일 열릴 전망이다. 중징계가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대해서도 임 회장은 "제가 흔들리면 또 다른 최고경영자(CEO)를 세우는 기간에 또 혼란이 일어난다"며 금융위 결정과는 무관하게 회장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 회장의 버티기는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KB금융그룹 임영록 회장은 자진사퇴하고, 정부는 관치 낙하산 인사를 중단하라”고 논평했다. 한 대변인은 “임 회장의 사퇴 거부는 KB의 미래는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의 욕심을 채우겠다는 행보”라며 “임 회장의 이런 태도로 KB금융그룹의 경영공백을 더욱 장기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민은행 이사회는 5일 열린 긴급 임시회의에서 박지우 부행장을 행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하고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운영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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